빛으로 뇌질환 고치고 AI가 우울증 치료

입력 2021-07-28 17:23   수정 2021-07-29 01:43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인 ‘코로나 블루’를 집에서 진단, 처방, 치료받을 날이 머지않았다. 정부 지원으로 우울증 자가 진단부터 치료까지 비대면으로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 플랫폼이 개발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에 적용할 인공지능(AI) 수준을 높이거나 전자약을 몸에 심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3세대 치료제’ 개발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
“AI로 집에서 우울증 맞춤 치료”
지난해 우울증 등 기분 장애 질환으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 77만7781명에서 101만6727명으로 5년 만에 31% 증가했다. 환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선뜻 병원에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대면 진료 시스템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는 배경이다.

김형숙 한양대 인텔리전스컴퓨팅학부 교수팀은 최근 비대면 정서장애 예방 및 관리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정부에서 140억원, 민간에서 149억원을 투자받아 2024년까지 디지털 치료 플랫폼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당 플랫폼이 상용화되면 게임을 이용해 우울증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연구진은 병원 시스템과 연계해 의사 진단·처방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일반인은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아 혼자서도 우울증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다.

연구진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연구는 바이오나 제약 기술이 아니다. 데이터 분석을 위한 클라우드 구축과 AI 고도화 작업이다. 플랫폼으로 확보한 우울증 진단 데이터를 표준화한 뒤 AI가 이를 분석해 맞춤형 디지털 치료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데이터, 네트워크, AI 생태계를 동시에 구축해야 디지털 치료제 플랫폼을 상용화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AI 모델을 도출해 데이터 품질 관리 수준을 유지하는 게 개발 성공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무선 충전한 전자약으로 뇌 질환 치료
정부도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 전략을 바꿨다. 그간 부처별 기초연구 단위로 진행하던 연구개발(R&D) 사업을 디지털 치료제, 전자약 등 산업 단위로 확대했다. 원천기술 확보와 제품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선 중소기업 위주로 진행하던 기존 상업화 방식으론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뚜렷한 3세대 치료제 선도 기업은 눈에 띄지 않지만 전자약에 쓰이는 의료용 전극 시장에선 3M, 메드트로닉, 콘메드 등 3개 미국 기업이 세계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원천기술 연구는 이미 궤도에 올랐다. 성균관대는 정부 지원을 받아 체내에 삽입한 전자약을 이용해 빛으로 신경세포 활성을 조절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동물용 제품을 우선 내놓은 뒤 향후 인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자약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대는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전자약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다. 2023년 동물 대상 임상에 돌입하는 게 목표다.

조일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단장은 “3세대 치료제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에서도 수술 없이 뇌 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상용화까지 고려해 R&D 전략을 재편하면서 의료용 전극 등의 부품과 원천기술을 자체 확보할 길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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