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의 미래’ 황선우(18)가 아시아 수영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28일 일본 도쿄 수영 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승 1조에서 황선우는 47초56의 기록으로 조 3위, 전체 16명 중 4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황선우의 이날 기록은 한국 신기록인 동시에 아시아 신기록이다. 그는 전날 열린 자유형 100m 예선에서 47초97로 한국 신기록을 세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종전 한국 기록(48초04)을 0.07초 단축했다. 이를 다시 하루 만에 0.41초 더 줄인 것이다. 이날 기록은 세계 주니어 신기록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안드레이 미나코프가 세운 47초57이다.
황선우의 결승 진출은 아시아 수영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남자 자유형 100m는 체격 조건이 유리한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52년 헬싱키 대회에서 스즈키 히로시(일본)의 은메달이 마지막이다. 결승 진출은 1956년 멜버른 대회의 다니 아쓰시(일본) 이후 맥이 끊겼다. 황선우는 아시아인으로는 65년 만에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승에 올랐다.
이날 황선우는 최고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전날 자유형 200m 결승, 자유형 100m 예선, 계영 800m 예선을 차례로 치러 체력 부담이 컸다. 체력 소모가 많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이날 오전 첫 경기로 자유형 100m 준결승에 나섰다. 그는 “새벽 2시 정도에 잠들어 내심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록이 잘 나와서 다행이다.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예상하지 못한 기록이 나와서 너무 만족한다”며 “아시아 신기록이기도 해 정말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날 황선우는 3번 레인에서 역영을 펼쳤다. 바로 옆 4번 레인에는 세계적인 스타 케일럽 드레슬(25·미국)이 있었다. 황선우는 “같이 뛰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그의 옆에서 경기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황선우에게 올림픽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대회 경험도 2018년 호주 지역대회인 맥도널드 퀸즐랜드 챔피언십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스타 옆에서 주눅이 들기는커녕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그는 올림픽 출전 전까지 올림픽 규격인 수심 3m 풀에서 제대로 훈련해본 적도 없다. 국내에는 3m 깊이의 연습장이 없기 때문이다. 황선우는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3m 풀에 적응하기 위해 연습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도 자유형 200m에 이어 100m에서도 매일 기록을 갈아치우며 성장하고 있다. 황선우는 지난해 11월 김천 대회에서 처음 자유형 100m 한국 신기록을 세운 이후 이날 준결승전까지 세 차례나 자신의 기록을 깨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불과 8개월 새 일어난 일이다.
황선우는 29일 오전 11시37분 도쿄 수영 경기장에서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자유형 100m는 결승에도 오르기 힘든 종목이어서 작전 같은 건 없고 그냥 ‘온 힘을 다 뽑자’고 했다”고 그는 말했다. 메달 욕심에 대해서는 “결승에 온 걸로 일단 만족한다”며 웃었다. 황선우가 써내려가는 한국 수영의 역사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