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폭염에 실신·구토…올림픽 선수들 "죽으면 책임지냐"

입력 2021-07-29 10:04   수정 2021-07-29 10:05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각국 선수들이 도쿄의 찌는 듯한 더위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중 실신하는가 하면 휠체어에 타고 기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 2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테니스 파크에서 열린 테니스 여자 단식 8강전은 경기 중 기권승으로 끝났다. 이 경기에서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42위·체코)와 맞붙은 파울라 바도사(29위·스페인)는 타는 듯한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2세트 시작 직전 기권을 선언했다. 더위에 탈진한 바도사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는 선수가 경기 중단을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세계 랭킹 2위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파비오 포니니(31위·이탈리아)와의 3회전 경기 2세트 도중 주심에게 다가가 경기를 지속할 것인지 물었다. 심판이 경기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하자 "이렇게 하다간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죽으면 심판이 책임질 것이냐"고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컬 타임아웃을 두 번이나 쓴 메드베데프는 2시간25분 접전 끝에 2-1(6-2 3-6 6-2)로 이겼지만 "정말 바로 코트에 쓰러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

또 앞서 여자 양궁 경기에 나선 스베틀라나 곰보에바(러시아)는 더위를 이기지 못해 경기 중 실신했고 26일 오다이바 해상공원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구토를 하며 쓰러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본은 201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도쿄올림픽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며" 7~8월 도쿄는 날씨가 온화하고 맑다"고 기술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이상적 기후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현장은 섭씨 35도에 습도 70%의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AP통신은 "체감 온도가 37도까지 올라갔다"며 도쿄의 날씨가 혹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폭스스포츠는 "일본의 거짓말에 사과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야후스포츠 칼럼니스트 댄 웨트젤도 "이게 이상적인 기후인가? 7월의 도쿄가?"라고 꼬집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2019년 8월17일 도쿄 주변의 지표면 온도 사진에 따르면 도쿄 도심은 열섬 현상으로 인해 빨갛게 달아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해당 시기 기온이 현재 일본 도쿄와 유사한 만큼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40년간 개최된 대회 중 가장 무더운 올림픽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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