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법인카드를 사적 유용한 혐의로 올해 초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권태선 전 KBS 이사가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도전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권 씨를 향해 지원 자격이 없다며 방문진 이사 지원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9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권 전 이사가 올해 1월 KBS 법인카드 사적 유용으로 인한 업무상 배임 협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권 전 이사의 배임 혐의에 대해 향후 추가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방문진 이사에 지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기소 유예는 범죄에 대한 혐의는 인정하나 범죄의 경중이나 범행 후 정황 등을 참작해 공소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방문진 이사에 도전하는 것은 범죄 사실에 대한 반성하거나 자숙하지 않고 경솔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 2017년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해임된 강규형 전 KBS 이사와의 형평성 논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강 전 이사가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규모가 크고 KBS 이사로서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해임 사유를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방통위 해임 건의를 승인했다.
MBC 제3노조도 권 씨의 방문진 이사 지원에 대해 "방송의 권력감시 마비시킬 방문진 이사 선임을 결사 반대한다"며 공개 성명을 냈다.
MBC 노조는 "(권 씨가 지원자 가운데) 최고 연장자인 만큼 여당추천이라면 방문진 이사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될 경우 방송법 개정에 대한 여야 합의없이 MBC 사장 선임과정에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된 국민대표단이 개입하는 방문진 규정 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권 씨 본인이 직무수행계획에 방문진의 MBC사장 선출규정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고 강조했다.
또, "권 씨는 이른바 '정연주 라인'으로 분류되는 한겨레 · 해직기자 출신으로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권 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건 올해 1월로, 검찰 통지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을 시간에 자중하지는 않고 되려 공영방송 이사에 지원했다"면서 "강규형 전 KBS 이사에 대해서는 김밥 집 등에서 법인카드 썼다고 해임시켰으면 기소유예 처분자는 아예 지원자격 조차도 없는 것, 즉각 이사 지원 철회하는게 상식이다"라고 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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