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자에 자녀 두 명 이상이면 1순위"…알짜 중견사 확보 두고 자문사들 '북적북적' [마켓인사이트]

입력 2021-07-30 14:06   수정 2021-07-30 16:00

≪이 기사는 07월28일(08: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오너 나이가 60세 중반을 넘긴 데다 자녀가 두 명 이상 있으면 접촉해야할 1순위로 분류한다. 엑셀로 해당 조건대로 기업 명단을 정리해서 접촉하는 자문사도 있다"(A회계법인 관계자)

올해 들어 현금을 쌓아둔 알짜 중견기업들이 M&A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점차 현금 가치는 떨어지는 한편, 매물들의 가격(밸류에이션)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다. 거래 활성화 기조 속 자녀들에 물려줄 사업군을 찾기 위한 승계 목적의 M&A를 물색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막바지 입찰을 진행 중인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엔 세아상역과 호반그룹 등 알짜 중견기업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2019년부터 매각을 시도해왔지만 그간 가격 격차 탓에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던 매물로 꼽힌다. 잠재적인 매물 가격은 약 2조원 수준이 거론되지만 각 후보 모두 재무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다른 중견 패션그룹인 대명화학은 그간 M&A 시장 내 골칫거리였던 로젠택배를 전격 인수하며 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옛 주인인 PEF운용사 베어링PEA는 2017년 이후 로젠택배 매각을 두고 '삼수' 끝에 투자 회수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대우건설이 산업은행 관리 체제 12년만에 중견 건설사인 중흥건설에 매각됐다. 또다른 중견사인 성정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태화그룹은 PEF의 손을 잡고 신한중공업 인수에 성공했다.

이같은 중견그룹들의 적극적인 M&A 행보를 두곤 여러 목적이 거론된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는 사업군을 찾거나, 성장성 둔화에 빠진 본업을 대체할 신규 먹거리 물색하는 사례롣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2·3세 후세로 가업승계를 두고 고민에 빠진 각 중견사들이 시장 활성화를 통해 일가간 '교통정리'를 단행하는 부대효과에 집중한 분석도 나온다.

M&A 시장에 단골 손님이었지만 막바지에서 항상 의사결정을 못 내리던 호반건설은 대한전선 인수로 시동을 걸었다. 장남 김대헌 사장 중심으로 승계구도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에서 차남 김민성 상무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의 금호리조트 인수 목적을 두고도 박철완 전 상무와 계열분리를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성정그룹도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할 경우 형남순 회장의 장남 형동훈 사장과 장녀인 형선주씨 간 승계 구도가 보다 간명해질 수 있다.

2·3세가 직접 M&A 매물을 찾아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1남2녀 중 장녀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도 그룹 M&A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키니코스어소시에이츠를 거쳐 한솔제지에 상무로 재직 중인 조 부회장의 사촌 조성민씨도 IB들과 접촉을 넓혀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서는 보광그룹, SM그룹, 하림그룹, 세아그룹 등 유사한 승계 문제가 거론되는 알짜 중견회사들이 하반기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전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각 중견사들이 선호하는 승계 목적의 매물로는 높은 성장성보다 현금 창출이 꾸준한 기업이 보다 선호된다. 특히 경영진 역량에 영향력이 적은 안정적인 업종이 1순위로 꼽힌다. 인지도를 쌓아둔 리테일 분야 사업군, 안정적 고객군이 확보된 케이터링 업체, 반도체·2차 전지 등 성장성이 뚜렷한 분야에 필수 소재·장비 등을 공급하는 중간공급재 기업 등이 선호 사업군으로 꼽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기존 딜 파이프라인을 들고 고객사를 찾아가는 경우가 더 많지만 종종 중견그룹 내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2·3세 승계에 적합한 매물을 찾아와 달라는 '맞춤 의뢰'도 있다"고 설명했다.

PEF입장에선 중견기업들이 '포식자'로 움직이면서 그간 문제 자산이었던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아웃도어 네파를 보유한 MBK파트너스, 놀부·전주페이퍼·모나리자 등을 보유한 모건스탠리PE, 락앤락을 보유한 어피너티, 투썸플레이스를 인수한 앵커에쿼티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PEF 관계자는 "최근 중견그룹들이 투자 목적으론 플랫폼·IT기업의 상장전투자(Pre-IPO) 기회를 적극적으로 물색하면서도 자녀에 물려줄 사업군으론 장기간 '사라지지 않을 업종 내 회사'에 초점을 맞춰 투트랙으로 매물을 물색하고 있다"라며 "오랜기간 문제자산이었던 로젠택배가 중견기업에 팔렸듯이 PEF 입장에선 골치아픈 자산을 처분할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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