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앱 장터에서 자사 결제방식(인앱결제·앱 내 결제) 강제를 막는 법안이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야당이 주저하는 사이 여당 주도로 처리됐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다양한 방법으로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막아왔습니다. 그래서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할지 미지수입니다.
구글은 국회 과방위에서 '구글 갑질방지법'이 통과하자 최근 국내 한 언론사를 통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구글의 대정부·공공정책 글로벌 책임자인 윌슨 화이트 구글 공공정책 부문 총괄이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그는 "다른 국가들은 한국처럼 빠른 속도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졸속입법이라며 한국 정치권을 비판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는 물론 정보통신(IT) 생태계에 끼칠 영향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오히려 국내 IT생태계와 소비자가 피해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당이 '구글 갑질방지법'을 추진하는 것은 국내 정보기술(IT)업계와 콘텐츠 사업자의 요청 때문입니다. 구글은 인앱결제를 강제하면서 앱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30%를 챙기고 있습니다. 지금은 게임 앱에 대해서만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계획대로 웹툰, 음원 등 디지털콘텐츠까지 인앱결제를 강제하면 웹툰과 음원의 사용료는 올라가기 쉽습니다. 해당 사업자가 그동안 내지 않았던 수수료 30%를 구글에 납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을 막기 위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국회에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 발의된 이후 해당 법안에 관심이 쏠릴 때마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구글은 지난해 9월에는 처음으로 한국콘텐츠업계를 위해 상생 지원금 1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에서 구글 갑질방지법 논의가 본격화되자 구글은 같은 해 11월에는 인앱결제 확대 강제 시기를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 압박이 거세진 올해 3월에는 연간 100만달러 미만의 앱 매출에 대해서는 수수료 15%만 받는다고 발표했습니다.
4월에는 국내 한 언론사를 통해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그는 "매출이 많은 국내 거대 개발사만 수수료를 부담하고 대다수 이용자와 앱 개발사는 무료 플랫폼의 이점을 누리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IT 대기업만 구글에 앱 수수료를 많이 납부하면 된다는 주장입니다. 6월에는 국회가 구글 갑질방지법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를 추진하자 구글은 모든 콘텐츠 사업자에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해당 법안이 국회 과방위를 통과하기 직전에는 인앱결제 도입 시점을 2022년 4월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구글은 한국 정치권과 정부에도 꾸준히 자사의 입장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형 법무법인(로펌)의 도움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 갑질방지법'을 주도했던 야당이 태도를 바꾸고 정부 내에서는 중복규제라며 반대하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라며 "구글의 로비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갖은 노력을 다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돈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의뢰로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한 국내 매출은 5조47억원에 달합니다. 30%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약 1조5014억원을 챙겼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는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를 확대할 경우 국내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의 수수료 부담(4분기 적용 기준)이 15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구글 갑질방지법 시행으로 구글은 연간 추가 기대 수익 6000억원가량을 잃게 되는 셈입니다. 게다가 인앱결제를 다른 앱에도 강제하지 못하게 되면 기존의 1조원이 넘는 수수료 수입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글 갑질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방안이 법제화됩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내 입법 성과가 미국, 유럽 등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유타주와 뉴욕주 등 36개 주와 워싱턴DC는 최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했습니다. 구글의 인앱결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한국에서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막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물론 구글의 화이트 총괄은 최근 인터뷰에서 "법이 통과되어도 법을 준수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조승래 의원은 구글 갑질방지법이 민생법안이라며 국회 조속한 통과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시행되면 앱 개발사와 콘텐츠 창작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고율의 수수료로 인한 콘텐츠 비용이 증가해 최종 소비자인 국민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이는 음원, 웹툰, 웹소설 등 K-콘텐츠 생태계를 황폐화할 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문화생활비용을 상승시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구글 갑질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업계와 소비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주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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