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혐의 운전자 '단기 기억상실' 주장…2심도 무죄

입력 2021-07-29 17:32   수정 2021-07-29 17:33


유죄가 의심되더라도 증거가 없으면 피고인 이익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2부(김경란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뇌전증으로 인한 의식 소실로 사고를 낸 줄 몰랐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는 2019년 4월10일 오전 6시45분께 안산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앞서 달리던 B씨의 차량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는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고, 피해 차량은 850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손상됐다. 하지만 A씨는 사고를 낸 후 아무런 조처 없이 그대로 출근해 3시간여 뒤 경찰 출석 통보를 받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것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음주 여부를 가리기 위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지만 음주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혐의를 부인하던 A씨는 같은 달 23일 뇌 MRI 등의 검사를 받고 "4~5개월 전부터 1분 이내로 4~5차례 의식 소실을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검사 결과 정상 소견이 나왔지만, 병원 측은 뇌전증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약물을 처방했다. A씨는 이후 반년간 치료를 받아왔고, 같은해 9월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재판이 진행되자 A씨 측은 "(사고 당시) 뇌전증 증세 중 하나인 의식 소실로 교통사고를 인식하지 못한 것일 뿐,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병원에서 한 뇌파 검사는 20~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이뤄진 것에 불과해 해당 검사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뇌전증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 감정 촉탁의 결과"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일으킬 당시 이를 인지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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