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에 또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이 4년8개월 만에 라면 출고가 인상을 결정하면서다. 연초부터 즉석밥과 두부, 통조림 등 가공식품이 바통을 주고받으며 가격 인상 릴레이를 벌인 데 이어 대표적인 ‘서민 식품’으로 꼽히는 라면마저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상추와 시금치 등 채소류 가격도 치솟으면서 “장보러 마트에 가는 게 제일 무섭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앞서 라면업계 2위인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하기로 했다. 오뚜기의 라면 가격 인상은 2008년 이후 13년4개월 만이다. 업계 1, 2위가 총대를 메고 가격을 올리면서 삼양식품과 팔도, 풀무원 등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라면은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가격 인상이 소비자 여론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지난 2월 라면 가격 인상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인상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라면의 주원료인 소맥과 팜유 등의 가격이 급등해서다.
농심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은 물론 인건비와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 전반적인 경영비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 누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가공식품의 가격인상 러시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이 기상 이변으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노동력까지 부족해 가공식품의 주요 원재료인 밀과 옥수수, 견과류 등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식품업계의 전망이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 채소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이번달 시금치 4㎏ 도매가격은 2만5494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만711원)보다 23.1% 상승했다. 청상추 가격은 3만1992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5.3% 뛰었다.
축산물 가격도 비상이다. 폭염으로 인해 가축 폐사가 이어지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닭과 돼지, 오리 등 가축 22만7387마리가 폐사됐다. 29일 닭고기 1㎏ 소매가격은 5905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1.4% 올랐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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