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열사병' 속출…"총리는 VIP 라운지 관람?" 비난

입력 2021-07-30 14:30   수정 2021-08-11 00:01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열사병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뿐 아니라 올림픽 관계자들도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24~28일 직원과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열사병에 걸려 치료를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올림픽이 진행되는 도쿄는 섭씨 35도에 습도 70%의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선수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양궁 경기에서는 러시아 선수가 열사병으로 실신했고 테니스에서는 스페인 선수가 더위에 탈진해 경기를 포기하고 휠체어에 실려나가기도 했다.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종목에서는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구토를 하며 쓰러져 논란이 됐다.

일본은 201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도쿄올림픽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며" 7~8월 도쿄는 날씨가 온화하고 맑다"고 기술한 바 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이상적 기후를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2019년 8월17일 도쿄 주변의 지표면 온도 사진에 따르면 도쿄 도심은 강줄기를 제외하면 모두 섭씨 30도를 훌쩍 넘어 빨갛게 달아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해당 시기 기온이 현재 일본 도쿄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업체 '헥사곤'도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도쿄의 무더위 속에 경기를 펼치면 선수들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헥사곤은 도쿄의 7월 기후평균인 기온 27도, 습도 70% 상황과 기온과 습도를 각각 32도와 90%로 설정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선수들의 몸 안쪽 체온(심부체온)은 각각 39도, 39.7도까지 올라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AP통신은 "체감 온도가 37도까지 올라갔다"며 도쿄의 날씨가 혹독하다고 지적했고 미국 폭스스포츠는 "일본의 거짓말에 사과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야후스포츠 칼럼니스트 댄 웨트젤도 "이게 이상적인 기후인가? 7월의 도쿄가?"라고 꼬집었다.

현지 누리꾼들 역시 "거짓말쟁이 총리가 '온화한 기후'라며 (올림픽을) 유치했다. 당사자는 자신이 한 발언도 잊고 시원한 VIP 라운지에서 관람하고 있는 것 아니냐", "경제적으로도, 명성이나 코로나19 대책 측면에서도 이번 올림픽은 일본의 참패다", "열사병에 걸렸다고 말하지 않고 혼자 앓은 사람도 많은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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