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 시장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거래절벽' 수준까지 악화됐다. 6월 보유세 부과기준일이 지난데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시행되면서 집값 상승세는 가팔라지지만 매물은 줄었다. 전세가격 상승세까지 겹치며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강화돼 매물이 빠르게 소진된 탓도 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다.
올해 상반기 전국의 누계 주택 매매 거래량도 55만9323건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9.9% 감소했다. 상반기 수도권(27만8340건)은 작년 상반기 대비 18.0%, 지방(28만983건)은 0.1% 각각 줄었다. 서울의 상반기 거래량은 7만28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감소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정부가 보유세 및 거래세 부분을 모두 강화하다보니 시장에 숨구멍이 없어졌다”며 “주택 정리를 생각하던 다주택자들이 증여로 돌아서면서 시장에 매물이 감소했기 때문에 거래량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잠실의 대표 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엘스 아파트(5678가구)가 6월 한 달간 매매 거래가 대형 면적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집주인들은 추가 상승 기대감에 무작정 버티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잠실의 U공인 관계자는 “실제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의 30~40%는 거래가 어렵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매도 전에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들은 양반이다. 매매 과정에서 변심해 매물을 거두고 계약을 취소하거나 집값을 올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선 거래 뿐만 아니라 공급 자체도 줄었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건축연도가 지난해(2020년)인 아파트는 31만1000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제시된 직전 5년(2015~2019년)간 평균 아파트 공급량인 39만3200가구에 비해 20.9%나 적었다. 2019년 35만5000가구와 비교하면 12.3%가량 감소했다. 2014년 30만2000가구 이후 공급물량이 가장 적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초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m²는 6월 중순 39억80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올해 4월의 신고가(38억5000만원)보다 1억3000만 원 올랐다. 3.3m²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억1700만원이다. 강남 압구정에선 한양8단지 전용 210㎡가 지난 9일 이전 거래보다 18억2000만원이 오른 66억원에 손바뀜했다.
압구정 Y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이 양도세를 몇억원씩 내고 나면 다신 비슷한 집이라도 사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매도에 매우 신중하다”며 “보유세가 부담이 돼도 어떻게든 버티거나 차라리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값이 싸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 무주택자들이 주로 입성을 노리는 서울 외곽지역도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구로구 오류동 영풍마드레빌 85㎡는 한 달 사이 4000만원 가량 오른 7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 68㎡ 역시 이달 7억5500만원에 거래돼 지난 5월 대비 7700만원 상승했다. 구로구의 경우 이달 거래 신고된 26건 가운데 19건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북구도 27건 중 13건이 신고가였고, 관악구도 15건 중 신고가가 8건에 달했다.
문제는 하반기 집값 상승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과 시장에선 올해 전국 집값 상승률은 지난해를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 하반기(7∼12월) 전국 주택 매매가가 1.5%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으로 보면 올해 전국이 5.5% 올라 지난해 상승률(5.4%)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각종 거래 규제 때문에 계약건수는 줄었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크기에 일부 거래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식의 가격 상승이 보이는 중”이라며 “당분간 추세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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