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돌연 매각작업 연기…한앤컴퍼니 "법적 조치 검토"

입력 2021-07-30 17:40   수정 2021-08-09 16:53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등 오너 일가가 30일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 작업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5월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지분 53%를 넘기기로 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는데 이 매각 절차를 최종 완료하는 주주총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SPA 체결 이후 주가가 치솟자 ‘계약금의 10%(310억원)를 떼이더라도 계약을 파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남양유업은 이날 오후 임시 주주총회를 오는 9월 14일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남양유업은 당초 이날 임시 주총을 열고 정관 변경과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등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을 안건으로 의결한 뒤 매각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돌연 공시를 통해 일정 연기 사실을 밝히면서 “쌍방 당사자 간 주식매매계약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인수합병(M&A) 거래에서 매각 측이 매수인 측에 언질도 없이 일정을 연기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한앤컴퍼니 측은 즉각 반발했다. 한앤컴퍼니는 입장문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전 회장과 한앤컴퍼니 사이의 일로, 회사 차원에서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했다.

홍 전 회장 등 남양유업 오너 일가와 한앤컴퍼니는 5월 27일 SPA를 맺었다. 거래 금액은 3107억원이었다. 홍 회장이 4월 이른바 ‘불가리스 파문’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매각을 결단하면서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승인을 포함한 모든 사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됐고, 한앤컴퍼니도 주식매매대금 지급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이날 홍 회장 측이 한앤컴퍼니 측에 일방적으로 주총 연기를 통보하면서 거래도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하게 됐다.

남양유업의 이 같은 움직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양측 간 이상 조짐은 거래 성사 소식이 전해진 얼마 뒤부터 흘러나왔다.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에 너무 싸게 판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면서다. 홍 회장이 매각한 주식의 단가는 주당 82만원이다. 계약을 체결한 당일 종가 43만9000원의 1.86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남양유업의 기업 평판 리스크가 아무리 최악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업계 2위인 데다 탄탄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헐값에 팔았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실제 경영권 매각 소식이 전해진 뒤 남양유업 주가는 40% 가까이 폭등해 주당 매각 금액에 가까운 7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자금력이 탄탄한 또 다른 PEF 등 투자자들이 홍 회장 측에 접촉해 거래 파기 위약금을 포함한 5000억원 이상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SPA를 체결한 이후 거래 이행을 거부하면 계약금의 10%를 물어주는 게 업계 관행이다. 홍 회장이 마음이 흔들려 더 비싼 값을 제시하는 투자자에 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다만 홍 회장이 다른 투자자와 접촉해 다시 협상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지금 같은 경우는 황당하다”며 “남양유업 주가가 다시 오른 것은 새 주인이 들어서는 데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인데 홍 회장의 판단이 회사나 자신을 위해 얼마나 득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매각 일정 연기 소식에 주가도 폭락했다. 남양유업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만원(7.66%) 내린 60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김채연/차준호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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