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은 30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비탈리나 바사라쉬키나(ROC)와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사격 대표팀의 이번 올림픽 첫 메달이다. 여자 권총에서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김장미가 금메달을 따낸 이후 9년 만에 거둔 올림픽 메달이다.
원래 10m 공기권총이 주 종목인 김민정은 동그란 안경을 쓰고 사대에 선다. 시력이 0.3~0.4로, 안경을 쓰면 교정시력이 1.0이다. 시력은 나쁘지만 조준선을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 사격장이 문닫을 때까지 야간훈련을 하는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중학교 1학년 체육시간에 처음 총을 잡은 김민정은 유스 시절부터 명사수였다. 고교 졸업 후 KB에 입단했다. 이화여대 체육학과(16학번)에도 동시에 진학했으나 대회에 출전하느라 수업에 빠져 제적됐다. 2016년 태극마크를 달고 리우올림픽에 출전했지만 10m 공기권총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10m 공기권총과 10m 공기권총 혼성 은메달, 여자 25m 권총 동메달 등 3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9년에는 10m 공기권총 세계랭킹 1위였다. 하지만 지난 4월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큰 충격을 안겼다.
그래도 그는 실망하지 않고 25m 권총에 집중했고 대표 선발전 1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주종목은 아니지만 25m 권총도 잘 쏜다. 2018년 국제사격연맹 뮌헨월드컵에 번외(MQS)선수로 참가해 25m 권총 비공인 세계기록(597점)을 쏘기도 했다.
김민정은 이날 본선 8위로 극적으로 결선에 올랐다. 완사와 급사 합계 점수로 순위를 정한 본선에서 김민정은 9위인 조라나 아루노비치(세르비아)와 584점으로 동점이었다. 그러나 내10점(inner ten·가장 중앙의 원)을 쏜 횟수에서 아루노비치(18회)보다 1회 많은 19회를 기록해 결선행 마지막 티켓을 따냈다.
턱걸이로 본선에 올라온 김민정은 결선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다섯 발씩 세 번을 쏘는 첫 번째 시리즈에서 딱 한 발만 놓치고 전부 과녁에 명중시키며 1위로 올라섰다. 2위 바사라쉬키나를 4점 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이어진 열 발에서 4점을 기록하는 데 그쳐 7점을 기록한 바사라쉬키나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김민정은 그 뒤 격발에서 꾸준히 4점씩 얻으며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금메달을 두고 맞붙은 마지막 시리즈에서 바사라쉬키나가 마지막 다섯 발을 모두 적중시켜 슛오프에 들어갔다. 다섯 발로 최종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에서 김민정은 1점에 그쳐 4점을 쏜 바사라쉬키나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은메달이 확정되자 김민정은 양 팔을 번쩍 들며 기쁨을 표시했다. 그는 “메달보다는 사격하면서 내가 행복한 게 중요하더라”며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는 너무너무 즐겁고 재밌었다”고 활짝 웃었다.
김민정의 천금 같은 은메달은 ‘노메달’ 위기에 처한 한국 사격에 한 줄기 빛이 됐다. 그는 “한국팀 메달이 없어서 속상하기도 하고 부담도 조금 있었는데, 사대에 들어가니까 그런 생각이 안 났다”며 “경기하면서 재밌었다. 정말 나에게 뜻깊은 첫 메달”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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