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경선버스 올라탄 윤석열…지지율 정체에 '조기 입당' 승부수

입력 2021-07-30 17:29   수정 2021-07-31 00:4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당 대표조차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물론 사전 협의도 없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정국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윤 전 총장의 의중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파격적인 행보를 보임으로써 ‘입당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지율 1위 야권후보의 합류로 국민의힘 내 ‘친윤(친윤석열)’과 ‘반윤’ 간 세력 분화에 이어 당내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尹 “입당은 정권교체 위해 꼭 필요”
윤 전 총장은 30일 서울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입당 원서를 제출했다.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면담 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와 정치활동을 해나가는 데 있어 제가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국민들께 혼선과 누를 끼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며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불확실성을 없애고 국민의힘 초기 경선부터 참여하는 것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분들의 넓은 성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입당하는 것을 서운하게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당적을 가지고 외연 확장에 더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이번 입당은 이준석 대표도 사전에 알지 못한 채 갑작스레 이뤄졌다. 그런 까닭에 이 대표는 입당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예정된 호남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보안 때문에 전격 입당을 선택한 것 같다”며 “다소 오해가 생길 수 있지만 오는 8월 출발하는 경선버스론에 윤 전 총장이 화답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7월 말 전격 입당한 건 국민의힘 합류가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시점을 늦추는 것이 향후 행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윤 전 총장 측 전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입당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상하지 못한 행보가 화제가 되고, 뉴스가 된다’는 정치권의 격언을 충실히 따랐다는 의미다. 지지율이 정체된 가운데 가족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한 여권 공세가 나날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좀 더 빨리 국민의힘 ‘우산 속’으로 들어갈 필요를 느꼈을 것이라는 의미다.
○야 잠룡, 겉으론 ‘환영’, 속으론 ‘견제’
다른 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공개적으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며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또 정권교체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입당함으로써 문 정권의 최대 바람이였던 야권 분열 카드가 소멸하고, 우리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지율 1위의 경쟁자가 당으로 들어온 만큼 이 같은 ‘환영’은 오래 가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말부터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접어든다. 다음달 30~31일 예비경선 후보 등록을 받은 뒤 9월 15일 1차 예비경선(컷오프)을 시행한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상 2위를 달리고 있는 최 전 감사원장 측은 윤 전 총장의 입당 관련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실무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주자들 캠프 역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의 약점으로 꼽히는 가족 도덕성 문제와 정책적 비전 등에 대한 강한 견제가 예상된다. 대선주자인 ‘경제통’ 윤희숙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부동산 시장 인식을 문제삼았다. 윤 전 총장은 앞서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수십 채, 수백 채 갖고 있으니 시중에 매물이 안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이런 부동산 시장 인식이 문재인 정부와 결을 같이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의 연결고리를 간과했거나, 다주택자 만병근원설을 주장하는 문 정부의 시장 인식에 너무 현혹된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여당도 견제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윤 전 총장이었던 만큼 앞으로 누구보다 국민의힘에 충성하는 확실한 편향성과 진영논리를 보여줄 것이라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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