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30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내년 기준 중위소득을 4인 가구에 512만108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487만6500원 대비 5.02% 오른 금액이다.
이 같은 인상폭은 상대적 빈곤 개념을 적용해 기준 중위소득을 복지정책의 기준으로 삼기로 한 2015년 이후 가장 큰 것이다. 2016년 4%이던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2017~2018년 1%대로 낮아졌다가 2019년 2.09%, 작년 2.94%, 올해 2.68% 등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등 복지사업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된다. 예컨대 극빈층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 가구에 지급된다. 기준 중위소득과 실제 저소득 가구 소득의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이번 기준 중위소득 인상으로 생계급여 수령이 가능한 월 소득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 146만2887원에서 내년 153만6324원으로 높아진다. 만약 4인 가구의 월 소득이 100만원이라면 올해는 약 46만3000원을 생계급여로 받았지만 내년부터 7만원 이상 증액된 약 53만6000원을 정부에서 지원받게 된다. 월 소득 150만원을 버는 가구는 올해까지는 생계급여 대상이 아니었지만 내년부터는 수혜 대상자가 된다.
의료·주거·교육급여 증액 불가피…내년 재정 최소 5000억 더 필요
생계 급여 이외에도 12개 부처 77개 복지사업이 기준 중위소득을 근거로 집행된다. 수급자 본인 부담액을 제외한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의료급여는 중위소득의 40% 이하 가구가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는 월 소득이 204만8432원 이하인 가구가 수혜 대상이 된다. 주거급여는 235만5697원 이하 가구에 지급된다. 기준 중위소득의 46%에 해당한다.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가 받을 수 있는 교육 급여는 이날 회의에서 평균 21.1% 상향됐다. 초·중·고 등 각급 학교별로 올해 28만6000~44만8000원이 지급되던 것이 내년 33만1000~55만4000원으로 많아졌다. 지원 대상이 증가한 데다 지원금액도 높아진 것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애초 지난 28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준 중위소득 결정의 기준이 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소득 중간 값과 가구소득 평균 증가율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를 두고 복지부와 기재부 간 논쟁이 벌어지면서 한 차례 파행됐다. 복지부와 공익위원들은 실제 증가율을 반영해 6.5%가량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기재부는 재정 소요 문제 등을 근거로 3%대 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도 기재부는 최종적으로 4.5% 이상 인상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부결됐고, 결국 6%대 인상안에서 소폭 줄어든 5.02%로 인상률이 결정됐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중앙생활보장위원장)은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의 생활이 내년에는 한층 나아지기를 바란다”며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여러 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2022년도 기준 중위소득 인상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준 중위소득을 5.02% 올린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저소득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복지 포퓰리즘이 나타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복지 확대를 더 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원칙대로 6% 이상 인상했어야 한다며 중생보위가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 기준 중위소득
기초생활보장 급여 기준에 활용하기 위해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결정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 값.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가구 경상소득 중간 값에 최근 가구소득 평균 증가율을 반영해 다음해 기준 중위소득을 정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보건복지부 등 12개 부처에서 운영하는 77개 복지사업의 지급 기준이 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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