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군부 시절 '민족의 흡혈귀 전두환 타도'라고 적힌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대학생이 40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김용하 정총령 조은래)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A(63)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엄포고는 전두환 등이 군사반란으로 군 지휘권과 국가 정보기관을 장악한 뒤 정권 탈취를 위해 폭력적 불법 수단을 동원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 발령한 것으로, 정치·사회 상황이 옛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자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1980년 9월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A씨는 "민족의 흡혈귀 파쇼 전두환을 타도하자"는 제목의 유인물을 제작, 배포해 계엄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계엄포고 10호 발령에 따라 정치적인 목적의 집회가 금지됐고, 언론·출판·보도는 사전에 검열을 받아야 했다. 또, 전·현직 국가원수를 모독하거나 유언비어 날조·유포하면 영장 없이 체포·구금할 수 있었다.
A씨는 계엄법 위반으로 기소돼 수도군단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A씨는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징역 1년으로 감형받아 복역했다.
검찰은 올해 4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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