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이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훈련 일정 조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조정 여부에는 즉답을 피한채 모든 결정이 상호 합의에 따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정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한·미 연합훈련 조정 여부를 묻는 미국의소리(VOA)의 질의에 “한·미 연합사령부의 정책에 따라 우리는 계획돼있거나 이미 실시된 훈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면서도 “연합훈련은 쌍방의 결정이고 모든 결정은 상호 합의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병력 보호는 연합사의 제1의 우선순위이고 모든 한·미 간 훈련은 한국 정부와 한국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지침을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훈련의 규모와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이다.
정부는 최근 연합훈련 연기론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30일 취재진에게 “개인적으론 물론, 당국자로서도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라며 “훈련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3월보다 굉장히 걱정스러운 상황이고 훈련으로만 놓고 봐도 정상적 훈련이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훈련 연기 필요성의 핵심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남북한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재개된 대화 모멘텀 유지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에 극도로 반발해왔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대외 선전매체들을 통해 연합훈련을 비난하고 있다.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13일 “지금 조선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것은 전적으로 외세와 야합한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의 무분별한 군사적 대결 책동에 기인한다”고 비난했고, 또다른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남조선은 인민들의 생활은 안중에도 없이 무장 장비 개발 및 도입에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기로 했다”고 비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24~27일 평양에서 열린 강습회에서 직접 “적대세력들이 광신적이고 집요한 각종 침략전쟁 연습을 강화한다”며 연합훈련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해 필수적인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미국의 입장도 변수로 꼽힌다. 이번 훈련에서 FOC 검증이 이뤄지지 못하면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어차피 무산된다는 점에서 남북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해 미국에 훈련 연기 혹은 대폭 축소를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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