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인민법원(대법원)이 민간 부문의 무분별한 얼굴 인식 기술 도입을 제한하는 법 규정을 도입했다.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중국 정부의 집권화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부터 중국에서는 민간 영역에서의 얼굴인식 기술 도입이 제한된다.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하려는 민간 기업은 사전에 이용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최근 최고인민법원이 발표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최고인민법원의 결정은 향후 민·형사 재판의 법적 기준이 된다.
이 규제는 궈빙 중국 저장성 과학기술대 법학과 부교수가 2019년 항저우 동물원을 상대로 낸 소송이 발단이 됐다. 궈빙 교수는 "동물원 입구에 얼굴 인식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며 "동물원이 방문객 동의 없이 생체 정보를 수집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고인민법원은 지난 4월 "동물원이 얼굴·지문 정보를 삭제하고 입장권을 환불해 줘야한다"며 궈빙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WP는 최고인민법원의 결정에 대해 "개인정보의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조치이지만 정부의 감시를 막는 것은 아니다"고 풀이했다. 중국 정책 전문가인 마셜 마이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조치는 오직 중국 정부만이 생체 정보를 무제한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개인정보가 약간 더 보호될 수 있겠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 당국이 자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덱스터 로버츠 대서양안보협회(ASCI) 선임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경제 성장을 포기하는 대신 빅테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민간기업과 외국인 투자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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