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금메달 쇼플리…"할아버지·아버지 오랜 꿈 이뤘어요"

입력 2021-08-01 17:32   수정 2021-08-31 00:01

1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CC(파71) 18번홀(파4). 18언더파를 쳐 1타 차로 앞서던 잰더 쇼플리(28·미국·사진)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바로 앞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뒤였다. 17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치고 퍼팅 연습을 하다 쇼플리의 버디를 보고 중단했던 로리 사바티니(45·슬로바키아)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쇼플리는 나무 러프에서 가볍게 레이업을 했다. 이어 홀까지 90m 남은 지역에서 세 번째 샷을 홀 옆 약 1.5m 거리에 붙였다. 그리고 파. 금메달은 쇼플리에게 돌아갔다.

쇼플리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쇼플리는 이날 2020 도쿄올림픽 골프 남자부 4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지만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2019년 아내의 나라인 슬로바키아로 국적까지 바꾼 사바티니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7명이 겨룬 동메달 결정전에선 대만의 판정쭝(30)이 승리했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훨씬 더 쳐주는 골프에서 선수들은 돈도 안 되고 명예도 ‘그저그런’ 올림픽 출전을 꺼렸다. 세계 2위 더스틴 존슨(37), 호주 스타 애덤 스콧(41) 등이 일찌감치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쇼플리는 누구보다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스윙 코치인 아버지 스테판 쇼플리의 오랜 염원을 이뤄야 했기 때문이다.

독일계 미국인인 스테판은 미국으로 이민하기 전 독일에서 미래가 창창한 육상선수였다. 가능성을 인정받고 10종경기 선수로 독일 대표팀을 위해 올림픽을 준비했다. 스테판의 할아버지 리처드 쇼플리도 국가대표급 육상선수였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준비했으나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올림피언의 꿈을 접어야 했다.

스테판은 할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루고 싶었지만 서울올림픽 2년 전인 1986년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하면서 꿈이 무산됐다. 2년간 여섯 번이나 각막 수술을 했지만 결국 한쪽 시력을 잃었다. 그래도 아들과 함께 올림픽을 꿈꿨고, 4대에 걸친 꿈을 잰더가 금메달로 이뤘다.

메달권 진입을 노렸던 한국의 ‘올림픽 루키 듀오’ 임성재(23)와 김시우(26)의 도전은 아쉽게 노메달로 막을 내렸다. 2라운드까지 1오버파를 적어낸 임성재는 뒤늦게 3라운드에서 버디 10개(보기 2개)를 몰아쳐 8타를 줄였으나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진 뒤였다. 결국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 공동 22위로 자신의 첫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임성재는 “시즌 내내 올림픽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안 풀려서 속상하다”며 “다음 올림픽에선 이번 경험을 살려 메달을 꼭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로 공동 32위를 기록한 김시우는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금·은·동메달을 모두 땄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 골프는 오는 4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여자부에서 다시 한 번 메달 사냥에 나선다. 세계랭킹 2위 고진영(26)과 3위 박인비(33), 4위 김세영(28), 6위 김효주(26)가 대표로 나선다. 박인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조수영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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