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단지는 대부분 1990~2000년 초반 준공됐다. 리모델링 사업이 가능한 건축 연한은 준공 후 15년이지만 재건축은 30년이다. 건축된 지 40~50년이 지난 여의도, 압구정, 잠실, 대치동 등 주요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이 멈춰있는 상황. 준공 20년 안팎의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통상 리모델링 사업 기간이 재건축보다 짧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의 평균 소요 기간을 9.7년, 리모델링 사업은 6년 정도로 예상한다. 리모델링은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주민 동의율 67%를 얻어 조합 설립 인가를 받는 구조다. 이후 시공사를 선정해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도시계획 및 건축심의에 이어 이주, 철거, 착공 단계를 거치게 된다.
서울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 가운데 강동구 고덕동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이 7월 26일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1996년 3월 준공된 단지로 지하철 5호선 명일역, 고덕역과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기존 지상 19층, 8개 동, 807가구(전용 50~84㎡)에서 지하 6층~지상 23층, 9개 동, 887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단지명으로 ‘래미안 라클레프’를 제안하면서 독창적인 외관 디자인과 스카이라운지 등 커뮤니티, 조경 등의 특화 설계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1993년 준공된 송파구 ‘문정건영’은 조합 설립 7개월 만인 지난 4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1층~지상 15층, 545가구에서 지하 4층~지상 최고 16층, 626가구로 바뀌게 된다. 4월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 리모델링은 안전진단에서 B등급 이상이면 수직증축, C등급 이상은 면적을 늘리거나 별동을 짓는 수평증축이 가능하다. 수평증축은 안전진단을 한 번만 받으면 되고, 수직증축은 이주 후 안전진단을 한 번 더 받아야 해 사업 기간이 1년6개월 정도 더 걸린다.
송파구 가락쌍용1차는 5월에 시공사로 쌍용건설 컨소시엄을 뽑았다. 공사비만 800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리모델링 단지다. 1997년 준공된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4층, 14개 동, 2064가구 규모다. 향후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거쳐 지하 5층~지상 27층, 14개 동, 2373가구(일반분양 309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1기 신도시인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 3, 4단지(1994년 준공)는 최근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사업계획 승인 단계를 앞두고 있다. 수평증축 리모델링으로 3단지는 770가구에서 873가구, 4단지는 1006가구에서 1149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용인 수지 현대아파트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정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에 나설 때 재건축과 리모델링 단지의 장단점을 파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리모델링 단지의 수익성은 입지뿐 아니라 일반분양 물량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준공 후 단지 규모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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