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수두만큼 빠르게 전파된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확진자 한 명이 8명에게 옮기는 수두는 공기로도 번진다.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1일 CDC에 따르면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전파력(기초감염재생산지수·R0)은 5~9 정도로 추정된다. 예방조치를 하지 않으면 환자 한 명이 5~9명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뜻이다. 앞서 영국의학저널(BMJ)도 델타 변이 전파력을 6으로 추정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력이 2.5, 알파(영국) 변이가 4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네 배까지 높은 것이다.
CDC가 델타 변이와 전파력이 비슷하다고 지목한 수두는 대상포진 바이러스로 잘 알려진 질환이다. 이를 막기 위해 아이들은 태어나면 수두 백신을 맞는다. 백신 예방률은 90%를 넘는다. 중증 예방률은 100%에 육박한다.
델타 변이는 에볼라 독감 천연두보다 빠르게 번졌다. 환자 한 명이 5~9명에게 퍼뜨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재생산지수가 5일 때 80%, 9일 땐 89%에게 면역이 있어야 확산이 멈춘다. 백신 예방률이 80%보다 낮으면 인구의 100%가 백신을 맞아도 백신만으로는 확산을 차단하는 게 불가능하다. 마스크 쓰기 등 보조적인 비약물적중재조치(NPI)가 계속 필요하다는 뜻이다.
백신도 델타 변이의 전파력을 약화시키지 못했다. 접종을 끝낸 뒤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은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한 번 맞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바이러스를 분출했다.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감염 사례는 74%에 달했다. CDC가 매사추세츠 반스터블의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다.
델타 변이는 중증 위험도 크다. 캐나다 연구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의 입원 위험은 우한 바이러스 감염자보다 120% 높았다. 다른 변이 감염자는 입원 위험이 59% 높았다. 사망 위험은 우한 바이러스와 비교해 델타가 137%, 다른 변이가 61% 컸다.
이런 분석에도 백신은 여전히 필요하다. 델타 변이에 감염돼 증상이 악화할 위험을 90%까지 줄여주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백신을 거부하던 미국인들이 백신을 찾기 시작했다. 루이지애나 아칸소 플로리다 미시시피 등에서 백신 접종률이 반등했다. 보수적 정치 성향 탓에 백신을 불신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인류 곁에 남아 매년 영국에서만 수천 명의 인명 피해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임스 네이스미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집단면역 덕에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지지는 않겠지만 독감과 비슷한 질환이 돼 인명 피해를 낼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이선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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