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 경기가 열린 일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 안산 선수의 마지막 화살이 그림 같은 포물선을 그리며 10점 과녁에 꽂혔다. 이때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활의 겉면에 인쇄된 글자는 ‘위아위스(WIAWIS)’. 한국 양궁 역사상 최초의 3관왕을 견인한 토종 스포츠용품 기업 윈엔윈의 브랜드다. 앞서 양궁 2관왕을 차지한 김제덕 선수도 위아위스의 활시위를 당겼다.
윈엔윈은 세계 양궁장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궁 국가대표 선수 및 감독 출신인 박경래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윈엔윈은 양궁 제조기술을 응용해 사이클도 제작하고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이혜진 선수가 위아위스 사이클로 일본 열도를 누빌 예정이다. 토종 스포츠용품 불모지인 한국에서 윈엔윈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선수들이 윈엔윈 제품을 선호하는 건 활의 성능 때문이다. 타사 제품에 비해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는 데다 정확한 탄착군을 만들고 선수의 실수까지 보정할 수 있도록 설계돼 호평받고 있다. 박 대표는 “선수가 활의 현을 당겼을 때 감각이 잘 맞는 것도 중요하다”며 “양궁 선수를 했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꿈의 소재’로 알려진 그래핀을 쓰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윈엔윈이 2017년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 탄소 원자로만 이뤄진 2차원 평면 구조체인 그래핀은 강철보다 강도가 세면서 탄성이 높다. 그래핀 적용으로 기존의 카본 소재 활보다 40% 이상 충격을 흡수하고 진동도 줄였다. 박 대표는 “선수가 현을 당겼다가 뗄 때 활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는데, 이때 활이 흔들리게 된다”며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면서 유연한 재질의 활을 만들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래핀 소재를 적용한 또 다른 제품은 자전거(사이클)다. 2015년 첫 제품이 나와 역사가 짧은 편이지만 이미 70~80% 국내 선수가 경기용으로 쓰고 있다. 아마추어 동호회 등에서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륜 랭킹 수위를 다투는 이혜진 선수(사진)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위아위스의 페달을 밟고 메달을 따낼지 관전 포인트다.
자신만만했지만 비즈니스의 과녁은 너무 멀었다. 원하는 품질이 나오지 않아 1995년 첫 수출품도 불량 문제로 전량 반품되고 투자금도 날렸다. 원재료 구입부터 모든 공정을 직원들과 논의하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1996년 시제품을 개발해 일본 수출에 성공했다.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건 1999년부터다. 당시 프랑스 양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윈엔윈 활을 들고 출전한 홍성칠·이은경 선수가 동반 우승하면서다. 입소문이 나면서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참가 선수의 52%가 윈엔윈 활을 썼다. 박 대표는 “선수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스키·골프채 등으로 영역을 넓혀 종합 스포츠 브랜드 업체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