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대권 주자의 지사직 유지에 대한 당위성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원 전 지사가 대선 출마 선언 과정에서 "지사직 사퇴를 하는 것이 '공직 윤리'에 걸맞은 일"이라는 취지를 밝힘과 동시에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이 지사를 에둘러 비판하면서다.
2일 원 전 지사는 '염치없는 이재명, 기본 양심부터 검증받는 게 순서' 제하의 입장문을 내고 이 지사를 맹비난했다.
원 전 지사는 "이 지사는 도지사와 선거운동의 양립이 가능하다고 믿는 모양"이라며 "얼마 전 방역 위반자 몇 몇 적발한다고 심야에 수십 명 공직자를 동원했다. 그것은 코로나 방역이라는 도지사의 역할이냐. 이낙연 후보에게 쫓기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선거운동이냐"고 꼬집었다.
또 "저는 대선에 출마하면서 국민과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했다"며 "저는 2014년 제주지사에 당선된 이후 서울 목동 아파트를 팔고 제주도민 속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것이 저의 양심이자 공직 윤리"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일 원 전 지사는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지사직 사임 방침을 공식화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 임하면서 지사직을 겸직하는 것은 공직 윤리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날 원 전 지사는 "도민과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정권 교체에 나서게 돼 도지사직을 사임하게 됐다"며 "직을 유지하면서 경선에 임하는 것이 공직 윤리상 납득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도정의 연속성과 지사직 공백 문제 때문에 고민했지만, 현직 도지사로서의 프리미엄을 (선거에) 단 하나도 써서는 안 된다"면서 이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현재 여야 대권 주자 가운데 지사직에 임하거나 임했던 이는 이 지사와 원 전 지사밖에 없다. 최문순 강원지사와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출마했지만,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이 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즉각 원 전 지사의 사임 보도를 공유하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이 지사는 "원희룡 지사님, 한번 생각해보라"며 "월급만 축내면서 하는 일 없는 공직자라면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는 것이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만 할 일을 해내는 책임감 있고 유능한 공직자라면, 태산 같은 공직의 책무를 함부로 버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직을 책임이 아닌 누리는 권세로 생각하거나, 대선 출마를 사적 욕심의 발로로 여기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공무 때문에 선거 운동에 제약이 크지만, 저는 제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직자의 책임을 버리지 않고 가능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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