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제주도지사직을 사퇴한 원희룡 지사는 2일 "대선주자로서 선거운동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도지사 역할을 형식적으로 할 수도 없고 도지사직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제 도지사 사퇴를 두고 '공직을 책임이 아닌 누리는 권세로 생각하거나 대선 출마를 사적 욕심의 발로로 여기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원 지사는 "저는 대선에 출마하면서 국민과 저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도지사직과 선거운동이 양립 가능한가? 이름값을 올리기 위해 출마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며 "대선주자로서 선거운동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도지사 역할을 형식적으로 할 수도 없고 도지사직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다. 제주 도민께는 죄송하지만 깨끗하게 도지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덜도 더도 아닌 나의 양심이자 공직윤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2014년 제주지사에 당선된 이후 서울 목동 아파트를 팔고 제주도민 속에 거처를 마련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라며 "그것이 저의 양심이자 공직윤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도지사와 선거운동이 양립 가능하다고 믿는 모양이다.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면서도 "그러나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얼마 전 코로나 방역 위반자 몇 명 적발한다고 심야에 수십 명 공직자와 언론 동원했다. 그것은 코로나 방역이라는 도지사 역할인가, 이낙연 후보에게 쫓기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선거운동인가"라고 반문했다.
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위선이 판을 치고 염치는 실종됐다"면서 "대선 후보에게는 정책 비전도 중요하지만 ‘품격’과 ‘정직’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라며 "솔직해지자. 지금 국민은 이 지사와 모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는 진실 공방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선거 운동 전략상 고발을 피하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겠다면 지금이라도 즉각 고발하여 명백히 진실을 가리는 게 당당한 자세다"라면서 " ‘기본 정책’도 좋지만 ‘기본 품격’, ‘기본 양심’을 국민에게 먼저 검증받는 게 순서다"라고 꼬집었다.
원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하며 경선을 치르는 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하지만, 양심과 공직 윤리상 양립할 수 없는 일"이라며 1일 지사직을 사퇴하고 지사직을 유지한 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이 지사는 "할 일을 해내는 책임감 있고 유능한 공직자라면, 태산 같은 공직의 책무를 함부로 버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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