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인수합병(M&A), 연구개발, 증설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16년 인수한 하만을 통해 전장사업을 강화하고,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위한 공격적 시설투자도 이어가는 식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3년 내 M&A 재확인
지난달 29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서병훈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은 “오늘날과 같이 급격하게 사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략적 M&A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3년 안에는 의미있는 규모의 M&A 실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올초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밝힌 “3년 내 의미있는 M&A”를 재확인했다. 서 부사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 전장 등 유망 분야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삼성전자는 그동안 크고 작은 M&A를 통해 사업모델을 강화해왔다. 2016년 인수한 하만이 대표적이다. 인수가격만 80억달러(약 9조188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인수 이후 삼성전자는 CE(생활가전), IM(무선), DS(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부문과 하만을 따로 독립 경영하고 있다. 하만은 주요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브랜드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개발 또는 지속적인 전략적 인수 등을 통해 각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만의 디지털 콕핏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통해 안전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디지털 전장부품으로, 올해 1분기 세계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초 공개된 디지털 콕핏 2021은 삼성전자의 정보통신기술(ICT)과 하만의 전장기술을 결합해 차 안에서 일상의 모든 경험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미래 자동차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콘텐츠를 몰입감 있게 감상할 수 있는 49인치 QLED 대형 디스플레이와 사운드 시스템을 활용해 사용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원격 업무를 위한 영상회의부터 1인 미디어 영상 제작을 위한 촬영과 편집 등 기능을 이동 중에도 이용할 수 있다.
반도체 초격차 위해 지속 투자
세계 무선 네트워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M&A도 여럿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5G·4G LTE 망설계·최적화 전문기업 텔레월드 솔루션즈를 인수했다. 2002년 설립된 텔레월드 솔루션즈는 미국 대형 이동통신 사업자, 케이블 방송사 등에 망설계·최적화·필드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기술을 통해 실내외 기지국 최적 위치 선정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기존 대비 50~90% 줄여준다. 2018년에는 서비스 품질분석 전문기업 지랩스를 인수했다. 네트워크 품질을 측정하고 개선해주는 기술을 갖춘 회사다.반도체 시장에서 후발주자들과의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공장인 평택 2라인을 가동했다. 이 라인에서는 업계 최초로 EUV(극자외선) 노광공정을 적용한 첨단 3세대(1z) 10㎚(나노미터, 1㎚=10억분의 1m)급 LPDDR5 모바일 D램이 생산된다. 삼성전자는 D램 양산을 시작으로 평택캠퍼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반도체 초격차를 달성하고 미래 반도체 시장 기회를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2022년 하반기에는 평택 3라인이 완공된다. 이곳의 클린룸 규모만 축구장 25개 크기다.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팹으로, 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한다. 모든 공정은 스마트 제어 시스템에 의해 전자동으로 관리된다.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로서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전초기지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기지 역할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 AI 연구센터도 운영 중이다. AI 연구를 개척한 세계적 석학 승현준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를 지난해 삼성전자 선행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영입하는 등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2017년부터는 ‘삼성 AI포럼’을 개최해 세계적인 석학들과 협력하고 있다. 올해 포럼은 11월에 열린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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