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패션 강자들의 반격…"온라인몰로 승부"

입력 2021-08-02 17:10   수정 2021-08-03 01:09

‘무신사’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공세에 고전을 거듭하던 전통 패션회사들이 빠르게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맞대응을 위한 온라인 패션몰이 올 들어 고속 성장세를 보이며 반격의 발판이 되고 있다. 국내 간판 패션업체들의 온라인몰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40~60%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2분기 10억원 흑자에 그쳤던 삼성물산 패션부문 영업이익은 올해 2분기에는 온라인몰에 힘입어 43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정체된 와중에 온라인몰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패션업체들의 온라인몰 ‘반격’
주요 패션업체 가운데 온라인몰에 가장 빨리 뛰어든 곳은 LF다. 2014년 처음 문을 연 LF몰은 연 매출 55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LF 전체 매출의 35%가량을 온라인몰이 책임지고 있다. LF몰은 의류와 리빙, 잡화 등 600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한 ‘종합몰’로 진화했다. 당초 자사 브랜드만 파는 폐쇄형 온라인몰에서 외부 브랜드까지 끌어안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삼성물산과 코오롱FnC, 이랜드,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패션업체도 온라인몰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물산 SSF샵은 연예인 등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 회원 수를 늘리고 있다. 콘텐츠에 투자해 유입자 수를 늘리는 무신사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포스텍과 손잡고 소비자 성향에 따라 상품을 추천해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인 톰브라운,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등을 전진 배치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 1~6월 SSF샵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0% 늘어 상반기 영업이익 640억원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회원 수도 200만 명으로 늘어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몰인 SI빌리지도 올 1~6월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80%가량 증가한 2000억원 안팎을 내다보고 있다. SI빌리지 역시 마르지엘라, 끌로에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해외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화장품과 향수 부문에서는 딥디크, 바이레도 등 한 병에 20만원 이상 하는 고가 화장품·향수 제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 패션 전문기업 한섬의 더한섬닷컴도 1~6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 증가했을 만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몰 문을 연 지 5년 만에 매출 규모가 30배 늘어났다. 타임, 옴므 등 자체 고가 브랜드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해외 명품 브랜드 중심인 다른 패션몰과의 차이점이다.
연예인 ‘라방’ 등 생존 전략 차별화
온라인몰 경쟁이 심해지면서 패션업체마다 다양한 생존 전략을 펴고 있다. ‘라이브 방송’(라방)은 이제 필수로 자리 잡았다.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입고 나와 장단점을 알려주면 시청자들은 질문을 던지는 쌍방향 소통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코오롱FnC는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진행하는 ‘라방’에 힘입어 상반기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다.

스파오, 뉴발란스 등 젊은 층 브랜드가 많은 이랜드도 패션 전문몰을 강화하고 있다. 이랜드는 캐주얼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의 온라인몰인 ‘스파오 닷컴’과 여성 SPA 브랜드 미쏘의 ‘미쏘닷컴’ 등을 작년과 올해 각각 개설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해 온라인몰이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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