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직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두 배로 결정된 뒤 상한가)’을 기록한 뒤 맥없이 무너졌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부활에 성공했다. 상장 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가총액 13조원’에 걸맞은 실적을 달성하는 것이 허황된 꿈은 아닐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위탁 생산·판매가 이뤄지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과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자체 개발 백신이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을 한 단계 레벨업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전부터 증거금 63조원대를 기록하며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다. 지난 3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당일 따상에 성공했지만 상장일 이후 연일 내리막길을 걸었다. 상장 3주 만에 12만5500원까지 25.74% 급락해 고점에 사들인 개미들은 적잖은 평가손실을 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다시 반등을 시도한 것은 1분기 실적 발표 때부터다. 1분기 매출(1127억원)은 전년 대비 422.4% 늘어나면서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관련 사업에 대한 실적을 증명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미국 제약회사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판매다. 정부와 계약한 노바백스 4000만 병에 대한 매출이 하반기부터 본격 발생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4000만 병을 위탁 생산할 뿐 아니라 국내 판매도 전담한다. 생산만 하는 것보다 영업이익률이 더 높아진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노바백스와 추가 계약에 나서면서 연간 100배치(batch·1배치=1회 생산량) 내외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절차가 미뤄지고 있지만 노바백스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하반기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백신은 임상 성공 여부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백신이 보급되는 내년에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수주량이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
오 연구원은 “코로나19 약화는 백신 종목을 둘러싼 가장 큰 우려 요인이긴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수요 대비 1%도 안 되는 수준의 자체 백신을 생산, 판매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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