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려면 노인요양시설이나 지역아동센터에서 현장실습 160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받아주는 곳이 없어요. 휴학을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Y전문대 사회복지학과 이모씨)
“취업하려면 선배들 조언을 많이 들어야 하는데 학교를 갈 일이 없어요. 교수님 얼굴도 잘 모릅니다.”(D전문대 비서사무행정학과 신모씨)
이른바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리는 20~21학번 전문대생들의 토로다. 코로나19 확산과 동시에 입학한 20학번은 지금까지 줄곧 온라인 수업만 받은 채 한 학기 뒤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마지막 2학기 수업마저 비대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자 “캠퍼스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졸업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전문자격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사회복지사는 160시간, 보육교사는 240시간, 간호사는 1000시간의 실습시간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한 보건대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전문대는 취업 필수 스펙이 대외 활동”이라며 “실습시간을 못 채우면 국가고시나 자격증 취득시험에 아예 응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호·보건 관련 학과는 코로나 전만 해도 취업률이 80%에 달했는데 올해는 50%에도 못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전 A전문대는 학교와 연계된 현장실습 기관이 2019년 말 720개에서 작년 말 435개로 40% 쪼그라들었다.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학내 교류가 줄면서 취업 관련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D전문대 기계과에 재학 중인 박모씨는 “여름방학 때는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해야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학교 측도 ‘학생들이 알아서 구하라’는 식이라 동기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대생들이 주로 진출하는 호텔·관광·항공업계 취업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관련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학년당 약 3만3000명에 이르는 항공서비스학과·관광경영학과·호텔카지노학과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길이 꽉 막혔다.
그렇다고 선뜻 휴학을 선택하기도 만만치 않다. 최장 휴학기간이 1년6개월~2년인 전문대는 휴학으로 졸업을 연기하더라도 그 기간에 코로나발(發) 취업난이 풀리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장기휴학에 대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시각도 4년제 대학에 비해 더 안 좋아 학생들이 쉽사리 휴학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게 전문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취업난을 눈앞에 마주한 상황에서 캠퍼스의 낭만은 사치로 여겨진다. Y전문대 21학번 김모씨는 “동아리 활동, 축제처럼 거창한 캠퍼스 생활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동기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학식을 먹거나 과방에서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예산은 사업관리비를 포함해 총 215억원이 책정됐다. 지원 인원은 재학생 규모에 따라 대학별로 배정하고, 개별 대학이 배정된 인원 범위 내에서 경제적 수준을 고려해 자체 기준에 따라 선발한다. 국가기술자격, 국가공인 민간자격증, 민간 어학검정 등 취업 준비를 위해 필요한 시험·검정 비용도 지원한다.
한 전문대 취업팀장은 “지금 전문대생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장 실습활동 지원”이라며 “방역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학생 실습에 한해 기관 출입을 허용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만수/김남영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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