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전문 변호사가 본 'MZ 세대와 노동운동 변화'

입력 2021-08-03 18:10   수정 2021-08-03 18:11



지난 2018년 가을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를 시작으로 MZ세대 중심의 대기업 사무직 노조가 그야말로 설립 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측에 적극적으로 개별교섭을 요구하고, 교섭단위를 아예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전통적인 노사관계 지형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MZ세대 노조의 잇단 등장을 놓고 그저 일시적 유행으로 '찻잔 속 태풍'인지, 아니면 기존의 전통적인 노사관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 찻잔을 깨뜨릴 태풍인지 법조시장에서도 관심이 뜨거운 이슈입니다. 이에 최근 노동 법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용문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MZ세대와 노동운동'에 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김 변호사는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노동팀장을 맡고 있으며 UN 산하 국제노동기구(ILO) 파견 경험도 있는 노동 전문 변호사입니다. 최근 한국과 유럽연한(EU) 간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분쟁 대응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으며 현재 산업은행 인권경영위원회 위원,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공익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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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전문 변호사가 본 'MZ 세대와 노동운동 변화'

1. 들어가며
노동의 형태가 시대적 배경, 기술의 발전 등에 다양한 변수에 따라 끊임 없이 변화해오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운동도 그 주체(또는 주도 세력), 방식, 형태, 목적 등이 변화해왔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도 1990년대까지 자동차, 중화학공업 등 대규모 사업장의 조직 노동자 중심의 노사관계가 주축이었다가 2000년대에는 발전·가스 관련 공기업,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노사관계가 크게 부각되었고, 2010년대에는 청소, 경비, 유통 등의 산업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비정규직 중심의 노사관계가 두드러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 세대, 1981~2000년대 초 출생)’로 불리는 신세대가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대기업 사무관리직을 중심으로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이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MZ 세대의 한 축인 밀레니얼 세대를 '미 미 미 제너레이션(Me Me Me Generation)'이라고 평가했다. ‘미 퍼스트(Me first)’, 즉 무엇보다 자신을 가장 위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MZ 세대에게 과거와 같이 ‘회사에 충성하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고, 주인의식을 요구하면 ‘주인(오너)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갖냐, 회사가 나를 착취하려고 한다’라고 반발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이러한 MZ 세대의 성향은 일터에서 ‘계약에 따른 합리적 노동과 이에 대한 공정한 보상 요구’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노동운동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하에서는 MZ 세대 출현에 따른 노동운동 변화의 모습과 주요 이슈에 관하여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2. 최근 노동운동의 새로운 현상 - MZ 세대 중심의 사무직 노조 출현
최근 노동운동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로 MZ 세대가 주축이 돼 설립되고 있는 사무직 노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사무직 노조 출현의 배경과 원인으로 △투쟁적 노동운동에 집착하고 노조 내부의 경직성 내지 소통 부족을 보이고 있는 기성 노조에 대한 신세대들의 반감 △공정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성향 △극심한 취업난과 기득권 세대와의 격차 심화 등 사회경제적 여건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무직 노조는 2018년 9월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 설립을 필두로 2019년 11월 전국삼성전자노조, 2020년 10월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현대오일뱅크 기술사무직지회, 2021년 2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3월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노조, 4월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등 주요 대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3. MZ 세대 사무직 노조의 특징
사무직 노조는 대략 아래와 같은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첫째, 노조 설립 단계에서 SNS 활용을 극대화하여 신속한 의견 수렴이 가능하고, 그 과정이 상당 부분 공개되고 있다. 또한 투쟁적 용어 보다는 ‘사람중심‘, ‘인재중심‘ 등과 같이 완곡한 용어를 사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둘째, 조합활동 및 쟁의행위 전개 방식 면에서 전통적 방식(플래카드, 점거, 집회, 구호제창 등) 대신 비대면(온라인) SNS 활용을 선호한다. 노조 집행부나 상급단체에 대한 의존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SNS를 활용한 활발한 소통을 통해 조합원간 상호의존성은 강한 모습을 보인다.

셋째, 노조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은 개인 성과 내지 능력에 부합하는 공정한 보상 실현과 일과 삶의 균형(워라벨) 달성,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구조 정착 등을 지향한다.

4. MZ 세대 사무직 노조에서 예상되는 주요 쟁점
이러한 MZ 세대 사무직 노조의 특징으로 인해 기업 노사관계에서 아래와 같은 쟁점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기성 노조와는 별개로 독자적 교섭권 행사를 위해 개별교섭을 요구하고(SK하이닉스 사례), 사용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적극적으로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LG전자, 금호타이어 사례). 다만, 현행 노동관계법 해석상 근로조건, 고용형태, 교섭관행 등의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러한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둘째, 공정한 보상에 관한 MZ 세대의 지향성으로 인해 보상제도를 종전의 연공 중심 체계에서 직무·성과 중심 체계로 전환하기에 보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셋째, 높은 SNS 활용도로 인해 다양한 의견과 정보가 노출되면서 구성원들 상호 간의 갈등, 비방이 빈발할 수 있고 새로운 유형의 노노갈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5. 맺음말
MZ 세대와 사무직 노조 출현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지, 큰 틀에서 향후 노동운동의 방향을 좌우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와 함께 노동시장의 주요 구성원이 달라지면 노동운동과 노사관계도 그에 상응하여 변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므로, MZ 세대의 등장이 향후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노사관계 당사자와 정부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여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노사관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용문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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