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가 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AI) 관련 특허를 집중적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열제어 분야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하는 특허력을 보유해 미래차 시장을 주도하려는 전략을 차곡차곡 실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특허정보 분석회사인 IP랜드스케이프와 공동으로 테슬라가 설립한 200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출원·공개한 특허 580여건을 분석한 결과 미래차 기술을 집중적으로 축적하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분야별로는 전기차 성능에 직결되는 전기기계 관련 특허가 281건으로 가장 많았다. 테슬라가 6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고급세단 모델S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1.99초만에 도달할 수 있다. 시판 전기차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사용자의 조작기능과 관련한 수송(168건) 관련 특허가 뒤를 이었다. 특히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를 조작하고, 사용자가 차고 밖에 선 채로 차량을 넣고 뺄 수 있는 스마트호출 기능 등 사용자체험(UX) 기술을 높이고 있다.
태양광배터리를 포함한 반도체 관련 특허가 71건으로 세번째였다. 테슬라는 2016년 태양광발전 스타트업인 솔라시티를 인수했다. 2017년에는 테슬라모터스에서 테슬라로 회사이름을 바꿔 전기차 회사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최근 들어서는 주행 이외의 기술력을 강화하는 추세가 눈에 띄었다. 60건에 달하는 AI 등 컴퓨터 기술이 대표적이다. 2017년까지 테슬라가 취득한 컴퓨터 기술 관련 특허는 매년 10건 미만이었지만 2018년과 2019년은 18건과 17건에 달했다.
자율주행기술에 직결되는 AI 학습 관련 특허가 많다고 IP랜드스케이프는 분석했다. AI의 결함을 처리하고 자율주행 관련 정보를 암호화하는 등 안전성과 보안대책 관련 특허도 늘리는 추세였다.
계측(45건)과 제어(34건), 토목공학(33건), 열제어(29건) 관련 특허가 뒤를 이었다. IP랜드스케이프는 특히 테슬라의 열제어 특허기술을 전기차 제조회사 가운데 압도적인 1위라고 평가했다.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은 전기차의 안전성과 주행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여러개의 소형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를 나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열관리가 특히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테슬라는 자동차 전체의 열을 종합적으로 제어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테슬라는 자동차에서 발생한 열을 공조장치를 포함한 다양한 부분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옥토밸브'라는 특수 부품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들은 각 부품별로 열을 제어한다.
테슬라는 특허 뿐 아니라 기술인력을 확보하는데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등 반도체 대기업의 엔지니어를 채용해 자율주행 AI에 특화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2019년에는 지금까지 납품 받던 엔비디아의 화상처리반도체(GPI)보다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용 컴퓨터(FSD)를 자체 개발해 전 차종에 탑재했다.
FSD는 1초에 144조회의 연산이 가능해 완전 자율주행을 실현시킬 기술로 평가된다. 도로상황 등 주변환경을 인식하는 기술에 강점을 가진 스타트업 딥스케일도 인수했다. FSD 개발과 딥스케일 인수를 통해 테슬라는 카메라의 화상이나 AI 학습으로 장애물까지의 거리를 계측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 등 자율주행 개발사들은 도로주변의 상황을 인식하는데 고가의 라이더(LiDAR) 센서를 장착한다. 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라이더를 "쓸데없이 비싸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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