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 경기에서 드러났듯 코스는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날씨는 더웠다. 대회 시작 전에는 양잔디가 아니라 조이시아 그래스(중지)가 깔려 있어 동양 선수에게 유리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금메달은 세계 톱랭커인 잰더 쇼플리(28·미국)가 가져갔다. 리더보드에서도 선수들은 세계랭킹 순서와 비슷하게 줄을 섰다. 변별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도쿄 올림픽이지만 가스미가세키CC는 도쿄에 있지 않다.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에 자리해 있다. 도쿄 조직위가 이곳을 대회장으로 고른 건 가스미가세키CC가 일본 골프 ‘부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일본 야구의 심장이 ‘고시엔’이라면 일본 골프의 심장은 ‘가스미가세키CC’로 통한다. 1929년 개장해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이 골프장은 일본 최초의 36홀 회원제 골프장으로 문을 열었다. 일본이 전쟁 후유증에서 서서히 벗어나던 1957년에는 지금의 골프 월드컵인 캐나다컵이 이곳에서 열렸다. 고인이 된 샘 스니드(미국) 등 당시 세계 최고 골퍼들이 가스미가세키CC에서 경기했다. 이 대회는 세계 골프 시장의 중심으로 성장한 일본 골프산업의 시발점이 됐다.
가스미가세키CC는 이후 일본 오픈, 일본 여자오픈, 일본 아마추어 선수권 등 굵직한 대회들을 열며 상징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2017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곳에 데려오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가 벙커에서 탈출한 뒤 굴러 넘어졌던 곳도 이 골프장 10번홀이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금녀(禁女) 코스’로 논란도 있었지만, 2018년부터 여성 회원을 받기 시작했다.
전장은 짧아졌지만 난도는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6648야드는 같은 파71로 열렸던 올해 US여자오픈(6546야드)보다 100여 야드 길다. 400야드가 넘는 파4홀도 다섯 곳이나 돼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 세팅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도 한국 선수들이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날씨 예보에 따르면 대회 기간 현지 온도는 최대 35도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3라운드부터는 비 소식도 있다.
AFP통신은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에서 ‘주목할 선수 5명’을 소개하며 박인비(33·사진)를 1순위로 꼽았다. 박인비는 2016년 왼손 엄지 부상을 이겨내고 116년 만에 열린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AFP통신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금메달을 차지한 박인비가 올해는 한결 여유로워진 가운데 두 번째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리우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4)가 주목할 선수 2순위로 꼽혔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23·미국), 필리핀 선수로는 처음 여자 골프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유카 사소(20)가 뒤를 이었다. 지난달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호주 동포 이민지(25)도 우승 후보로 언급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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