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원장은 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6.15 정상회담을 위한 접촉 때부터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은 북한 인권문제를,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박 원장은 이날 “북한은 지난 3년 동안 핵실험을 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발사하지 않았는데 미국은 아무런 상응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 일부를 조정 또는 유예해서 북한의 의구심과 불신을 해소해줘야 대화로 유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한 김여정의 지난 1일 담화에 대해선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 관계 상응 조치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어 “북한은 한·미 간 협의 및 우리 대응을 예의주시하며 다음 행보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 당국 간 긴밀한 대북 정책 조율 결과를 주시하며 우리 정부가 향후 북·미 관계 재개를 위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국정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한 통신연락선 복원을 요청했다고도 보고했다. 국정원은 “연락선 복원은 김정은이 요청했다”며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호응한 배경으로 지난 4월부터 남북 정상 간 두 차례의 친서 교환을 통해 신뢰 회복과 관계 개선의 의지를 확인했고 판문점 선언 이행 여건을 탐색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다만 최근 일각에서 거론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가 제안한 바가 없다”고 밝혔고, 남북이 지난해 북한에 의해 폭파된 공동연락사무소를 판문점에 건립하는 걸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연합훈련에 대한 박 원장의 입장 표명에 거세게 반발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메시지를 보면 김여정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을 밝히는 게 주된 메시지였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정원은 정보 부서이지 정책 부서가 아니란 말은 박 원장이 취임 이후 일관되게 강조해온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이 사실상 김여정의 하명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국정원이 김여정 요청에 즉각 입장을 밝혀야 될 정도로 박 원장은 국정원의 위상을 창피할 정도로 추락시켰다”고 덧붙였다.
여당에서는 이틀 연속 연합훈련에 대한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당내에서도 약간의 소수 의견, 개인 의견들은 있지만 의원총회를 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 취재진에게 “코로나도 확산되고 있고 남북 간 통신 연락선 재개도 합의됐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감안해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 캠프의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합훈련을 연기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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