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신 도입이 늦어지며 접종률에서 세계 100위권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는 당장 ‘9월까지 전체 성인 접종 완료’라는 목표 달성부터 불투명해졌다. 내년은 더 문제다. 올해의 경우 확보한 백신이 도입 단계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반면 내년은 확정된 도입 계약 자체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정부는 외국 제약사들과 협상 초기 단계라고 한다.
코로나와의 싸움은 장기전이 불가피한 만큼, 내년 이후 백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접종 후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백신이 사망 및 중증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백신 확보를 위해선 자금력, 협상력, 외교력 등 여러가지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다.
1차 추경에서 2조7000억원이 배정된 백신 확보 및 접종비용, 그리고 2차 추경에서 1조5000억원이 편성된 백신 도입비를 감안하면 올해 백신 확보용 예산은 4조원이 조금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정도 금액으로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백신 1회당 평균가격을 2만원으로 잡으면 2억 회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국민 1인당 4회 접종분이 채 안 된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국민 수의 10배에 이르는 44억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35조원 규모의 2차 추경에는 국민 88%에게 돈을 나눠주는 8조6000억원의 재난지원금이 포함돼 있다. 코로나 피해가 극심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은 필요하지만 국민 대다수에게 8조원대의 돈을 뿌리는 게 온당한지 의문이다. 그 돈의 절반만이라도 추가로 백신 구매에 쓴다면 내년 백신 확보는 훨씬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접종률이 높아져 일상이 회복되면 재난지원금도 필요 없어진다. 반면 코로나는 못 잡은 채 뿌리는 재난지원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백신 확보 실패로 지금까지 원성을 듣는 정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내년 백신 선구매 계약을 서둘러야 한다. 정치권 역시 재난지원금이 ‘선거용’이 아니라면 그 돈의 상당 부분을 백신 확보로 돌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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