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리고, 뿌리고, 던져서…점·선·도형으로 표현한 우주

입력 2021-08-03 17:43   수정 2021-08-04 00:13

밤하늘과 같은 색 배경에 커다란 달과 무수히 많은 작은 별이 떠 있다. 불규칙적인 점과 제멋대로 뻗은 선, 비정형의 형상들은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마구잡이로 배치된 것 같으면서도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노랗고 파란 몽환적인 색채가 발하는 매력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도 연상된다. 이은 작가(51·본명 이정은)의 그림 ‘Spellbound(스펠바운드) 1-1’(사진)이다.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이은의 회화와 영상작품 등 20여 점을 소개하는 개인전 ‘Spellbound(스펠바운드)’가 열리고 있다. 이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예술대 대학원에서 벽화를 공부한 뒤 우주를 주제로 한 강렬한 색감과 독특한 질감의 추상화를 그려 왔다.

그의 작업은 캔버스에 한지를 붙이고 석회와 모래 등을 뿌린 뒤 말리는 데서 시작한다. 밑작업을 끝낸 뒤에는 안료를 여러 겹으로 흘리고 뿌리고 던진 후 표면을 긁어내 그림을 그린다. 점과 선, 도형으로 표현된 우주의 이미지는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고, 뒤섞인 원색들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 전시 구성을 맡은 김노암 예술감독은 “다양한 질료와 행위예술, 색면과 점과 선의 조화 등 현대미술이 개척해온 추상 표현들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온라인 가상 공간에서 연 기획전 ‘별 많은 밤 지구를 걷다’에 나와 호평받은 그림도 함께 전시에 나와 있다. ‘달빛은 순간에 범람한다’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달의 특성이 꽃이 피어나는 듯한 역동적인 모양으로 화폭에 표현돼 있다.

전시는 금산갤러리 메인 전시장과 윈도우 갤러리 등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곳곳에 설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작가가 마련한 영상작품을 모바일로 볼 수 있다. 오는 14일 오후 5시에는 이은 작가가 전시장에서 작품과 관련된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전시는 이달 2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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