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를 찾는 대기업이 부쩍 늘었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오는 10월 디캠프와 스타트업 투자 유치 행사인 ‘디데이’를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스마트팜 등 신규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서다. SK에코플랜트가 디캠프와 손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신세계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디데이에 처음 참여할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건설안전관리 전문 스타트업 지에스아이엘과 스마트 안전관리 플랫폼을 지난해 구축했다. 건설 또는 산업 현장에서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근로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플랫폼이다. 관련 서비스의 기획과 개발은 지에스아이엘이 맡고, 개발 비용과 법무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지원했다. 이정우 지에스아이엘 대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하는 상생 협력 사례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도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네이버의 주력 사업이 된 온라인 상거래는 여러 스타트업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구축한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인 NFA에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 등 물류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지원 조직인 D2 스타트업 팩토리의 양상환 네이버 리더는 “네이버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 71%가 네이버와의 접점을 찾는 데 성공해 구체적인 협력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웹소설과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스타트업인 타파스와 래디쉬를 올해 인수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친환경 용기 전문 스타트업 이너보틀과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에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LG화학이 제공한 플라스틱 소재로 이너보틀이 화장품 용기를 제조하고, 해당 용기를 수거해 양사가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스타벅스와 SK텔레콤은 최근 플라스틱 컵을 줄이는 ‘에코제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친환경 서비스 스타트업 오이스터에이블과 협업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ESG 관련 사업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는데 내부 역량으로 바로 해결할 수 없어 관련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기업형벤처캐피털(CVC)도 잇따라 세우고 있다. 작년 7월 설립된 신세계그룹의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국내 패션 스타트업 에이블리, 뷰티 스타트업 비팩토리 등에 투자했다. KT는 KT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루닛, 한국신용데이터, 뱅크샐러드 등에 투자했다. KT가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힘을 쏟는 분야와 관련된 스타트업들이다. 작년 3월 구현모 대표가 취임한 이후 KT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8760억원에 달한다. 이랜드그룹이 올해 1월 설립한 VC인 이랜드벤처스는 패션·유통 분야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GS그룹은 지난해 19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CVC인 GS퓨처스를 설립했다. GS그룹 신사업과 연관된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주완/황정환/선한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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