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규 택지 공급 계획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로 주택 공급 물량이 축소되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4 대책’을 통해 총 13만2000가구 규모의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 가구) △서울 용산구 캠프킴(3100가구)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4000가구) 등 신규 택지를 발굴해 총 3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하지만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아 ‘알짜’로 꼽힌 정부과천청사 부지 공급 계획은 지난 6월 백지화됐다.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절차가 추진되는 등 주민들의 저항이 거셌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른 용지를 찾아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는 공급 물량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노원구와 주민들이 교통난과 그린벨트 훼손 등을 우려해 공급 가구수를 절반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갈등이 커지면서 태릉골프장의 지구지정 일정은 올해 상반기에서 내년으로 미뤄졌다.
용산구 캠프킴 부지에 3100가구를 공급하려는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용산구가 해당 지역을 일반상업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주택 공급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캠프킴 부지를 주거보다는 상업·업무·문화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게 용산구 계획이다.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3500가구), 마포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영등포구 여의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부지(300가구) 등에서도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여의도 일대에는 ‘재건축은 틀어막고 닭장임대 졸속추진 여의주민 무시하냐’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이 아파트 벽면에 내걸렸다. 임대주택 건립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이 집단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신규 택지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달 중 태릉골프장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고 인허가 절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신규 택지 발표는 주민 의사를 감안하지 않고 너무 급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반발을 무시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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