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수 신한AI 대표 "100% 無人…AI자산관리가 금융 나침반 될 것"

입력 2021-08-03 17:45   수정 2021-08-04 00:54


“국내에는 순수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금융회사가 전무합니다. 사람의 판단이 들어가지 않은 100% ‘AI 자산관리사’를 만들겠습니다.”

AI 혁신이 일으킨 바람은 금융사가 몰린 서울 여의도에서도 거세다. 배진수 신한AI 대표(사진)는 이런 변화의 첨단에 서 있다.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AI 전문회사를 소유한 곳은 신한금융그룹이 유일하다. 배 대표는 “AI 모델을 수차례 개량한 끝에 S&P500지수 등 일부 시장 데이터의 등락 예측률이 87%에 도달했다”며 “AI를 통한 자산관리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일기예보 같은 시장 예측 AI 탄생
신한AI는 2019년 신한금융지주의 100% 출자로 설립된 AI 전문회사다. 배 대표는 “‘프로젝트 보물섬’이란 이름으로 IBM 등 글로벌 기업과 함께 2016년부터 금융 AI의 시장 가능성을 타진해왔다”며 “단순한 로보어드바이저식 투자가 아니라 AI 기반 종합 금융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신한AI의 마켓워닝 시스템은 AI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지수 급락 데이터를 학습하는 체계다. 이를 기반으로 지수가 하락폭 역대 상위 5%에 들 정도로 폭락이 예견되면 한 달 전부터 경고음을 울린다. S&P500, 코스피, DAX30, 상하이종합 등 주식 관련 지수와 미국 한국의 10년물 국채 금리 등이 타깃이다. 환율, 장단기 금리 차, 국채 금리 등 600개 이상의 리스크 변수를 학습한 AI가 하락 포인트와 하락 확률을 제공한다. 현재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리스크 담당자 전체가 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AI 투자자문 플랫폼인 네오(NEO)도 개발하고 있다. 시중 펀드 26만여 개를 분석해 AI가 추천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캐나다의 AI 전문회사 엘리먼트AI와 협력하고 있다. 시범용 1.0버전 개발을 완료했으며, 하반기 2.0버전을 시작으로 본격 서비스에 나선다.

배 대표는 “네오는 주식 분야 지수 예측에서 70% 이상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며 “자산관리는 프라이빗뱅킹(PB) 창구를 찾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는데, 네오가 이 판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400개 사이트에서 금융 데이터 ‘집약’
이런 똑똑한 금융 AI를 개발하는 데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 금융시장은 매번 합리적인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다. 각종 정책 변수와 국가 간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AI는 이런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배 대표는 “중앙은행의 정책적인 판단에 좌우되는 채권시장 예측이 특히 쉽지 않은데, 인위적으로 금리를 움직이는 경우를 AI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중 관계’라는 키워드가 있다면, AI가 시점별로 맥락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금융사가 ‘100% AI 기반’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대한 데이터는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키가 됐다. 자동으로 온라인에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크롤링 시스템을 개발해 AI 모델을 최적화하는 데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도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은 지켰다. 신한AI의 플랫폼들은 400여 개 금융 관련 사이트에서 직접 시장 데이터를 끌어모은다. 경제지표와 전문가 리포트, 뉴스와 정책 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가 포함된다.

앞으로의 방점은 ‘초개인화’에 찍었다. 신한금융투자 신한카드 등과 협업해 이들의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배 대표는 “신한AI의 기술은 43만 건 이상의 정형 데이터, 1800만 건 이상의 비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며 “신한금융그룹의 AI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배진수 대표는…
AI에 빠진 30년 금융맨…"직원들을 선생님으로 모시죠"
엔지니어들과 AI시스템 구축…금융시장 대처 노하우 접목
《딥러닝 첫걸음》 《파이썬을 이용한 머신러닝》 《딥러닝 실전 개발 입문》….

배진수 신한AI 대표의 집무실에는 인공지능(AI) 관련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얇은 책은 200쪽, 두꺼운 책은 500쪽도 훌쩍 넘는다. 상당수가 직원들이 배 대표에게 선물한 책이다.

2019년 취임한 배 대표는 직원들을 ‘컴퓨터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융숭하게 대접하고 있다. AI라는 생소한 분야에 적응하기까지 직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금융시장에 관한 지식이 필요할 때면 배 대표와 직원들의 역할은 뒤바뀐다. 그는 “시장에 대해 어설픈 생각과 지식으로 AI 모델을 개발하면 어설픈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엔지니어와 금융 전문가가 긴밀히 협력해 AI 모델에 ‘일류의 생각’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배 대표는 1989년 경북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홍콩법인 부사장, 뉴욕지점장 등을 거치며 국제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외환시장에서 딜러 직무를 맡았을 때 8년 가까이 돈을 잃지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며 “신한AI 출범 과정에서도 시장 전문가로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합류했다”고 했다.

신한AI 직원 30여 명 가운데 70%는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공학도다. 삼성전자 출신부터 정보기술(IT) 스타트업 경험자까지 이력이 다양하다.

배 대표는 “연봉만으로 개발자들을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금융과 AI를 제대로 접목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 우수 인력을 모은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신한AI의 회의실 벽은 투명 칠판으로 만들어져 있다. 여기엔 유성펜으로 채운 각종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직원들과 배 대표가 수시로 회의하며 칠판에 쓴 결과다.

그는 “AI 전공자가 아니라 금융 전문가가 회사 대표를 맡은 것은 그만큼 금융 AI 분야에서 시장 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지만 직원들과 적극 소통해 모두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 배진수 신한AI 대표

△1964년생
△경북대 무역학과 졸업
△신한은행 입행
△홍콩현지법인 부사장
△외환사업부장
△금융공학센터장
△뉴욕지점장
△IPS 본부장
△신한AI 대표


글=이시은 기자 / 사진=허문찬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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