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순간까지 '절대 자유' 갈망한 삼별초

입력 2021-08-04 17:18   수정 2021-08-04 23:53

“삼별초의 꿈은 우리가 죽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고 하는 이 꿈이 어찌 사라지겠느냐.”

제주도 붉은오름에서 여몽연합군에 맞서 최후의 일전을 벌이던 삼별초(三別抄) 장수 김통정이 절망의 순간 입에 올린 단어는 꿈이었다. 삼별초와 함께하면서 처음으로 사람답게 살았다는 동지들은 “하루를 살더라도 사람답게 살겠다”고 울먹이며 화답한다.

이동연 작가의 첫 장편소설 《삼별초》(창해)는 고려 중기 몽골의 침입에 끝까지 항쟁한 삼별초의 행적을 그린 작품이다.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로마신화》 《심리학으로 보는 고려왕조실록》 《이기는 리더십10》 등 인문·사회 분야의 대중적 해설서와 자기계발서를 써온 저자가 문학 창작에 첫발을 내디뎠다.

저자는 역사서가 간과했거나 무미건조한 문장의 행간에서 희미하게 감지할 수밖에 없었던 핍박받던 사람들의 삶을 상상력을 동원해 그려냈다. 소설 속 주요 인물은 사회 하층 천민 출신이거나 출생이 불분명한 것으로 그려진다. 삼별초를 적극 지원했던 이들도 서남해안과 도서 지방에 거주하던 향·소·부곡민들로 묘사된다.

2만여 명의 삼별초 일행이 1000여 척의 배를 타고 강화도에서 진도, 다시 제주도로 장소를 옮겨가며 항전한 행보는 ‘절대 자유를 향한 절대 고독의 의지’로 해석된다. 삼별초의 저항을 전체주의와 일극주의(一極主義), 신분의 굴레를 거부한 행동으로 바라보고 삶과 죽음의 방식까지 스스로 택할 주체적 자유를 갈구한 것으로 예찬한 것이다.

삼별초가 산화하기까지 마지막 3년은 밤하늘 별처럼 서정적으로 묘사돼 있다.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전개되기보다는 딱딱한 역사책을 읽듯 해설체로 진행되는 지점이 많은 것은 아쉽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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