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폰에 '디지털 원화' 담아 결제·송금…세계 CBDC 표준 주도하나

입력 2021-08-04 17:16   수정 2021-08-05 00:50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 지갑을 대체할 날이 올 수도 있다. 갤럭시에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원화’를 담아 결제하고 송금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갤럭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기능을 갖춘 만큼 전 세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지갑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18일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사업자로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와 삼성전자, 삼성SDS 자회사인 에스코어,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에 내장된 온라인 지갑에 CBDC를 보관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갤럭시 지갑에 담긴 CBDC를 외부로 송금하거나 결제할 수 있는 기능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폰이 실물카드처럼 CBDC를 쓸 수 있는 기술도 구현할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업체들도 삼성전자의 CBDC 사업 참여에 주목하고 있다. CBDC를 담아서 쓸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보안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은 세계에서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뿐이기 때문이다. 갤럭시에 내장된 ‘보안 칩셋(eSE: embedded Secure Element)’은 신용카드 정보, 신분증, 자동차 키를 비롯한 민감한 개인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외부 해킹, 기기 분해 등을 통해서도 갤럭시 보안 칩셋을 뚫고 개인정보를 빼내기 어렵다는 평가다.

CBDC 지갑으로 쓸 수 있는 스마트폰 보안 기능을 갖춘 삼성전자인 만큼 앞으로 다른 나라의 CBDC 사업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보안 기능을 갖춘 애플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CBDC 사업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갖췄다. CBDC·블록체인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업과 대체불가능토큰(NFT) 업체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전문 자회사인 삼성넥스트는 지난달 말 여러 투자 업체와 손잡고 블록체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멀티버스에 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인 DSRV랩스 소수 지분도 매입했다. 삼성넥스트는 NFT 게임업체 대퍼랩스·애니모카와 NFT 예술품 거래업체인 슈퍼레어, NFT 플랫폼업체인 니프티스 등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CBDC를 담은 갤럭시가 등장할 시점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한은은 모의실험과는 별도로 CBDC 발행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CBDC 발행 시점에 대해 “아무리 빨라도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서민준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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