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시기가 문제였다. 시장에선 배터리 사업이 흑자를 달성한 이후 분사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 사장도 지난달 1일 IR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분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달 새 말이 달라졌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CFO)은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IR에서 “분사는 투자재원 조달이 필요할 경우 적시에 실행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분할의 목표가 재원 마련을 위한 상장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엔 향후 5년간 17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2공장과 미국 1공장이 양산에 들어가는 내년께 영업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2분기 배터리 부문은 6302억원의 매출을 올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올 상반기에만 1조15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주 잔액도 이달 기준으로 1000GWh(기가와트시)에 달한다. 전기차 1500만 대에 적용할 분량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30조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 합의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데다 외형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분사의 최적 시기라고 판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는 배터리와 함께 석유개발(E&P) 사업도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E&P 사업이 탄소 발생 최소화를 목표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SK이노베이션이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정유 및 석유화학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이날 열린 IR에서 석유사업은 조인트벤처(JV),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지분활용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규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0% 자회사인 SK종합화학 지분도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석유화학 시황 호조로 506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잠정 공시했다. 2분기 연속 5000억원 이상 흑자를 내며 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