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에 방역지침을 어기고 대규모 집회를 연 혐의를 받는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입건된 지 한 달 만에 경찰에 출석했다. 양 위원장은 그동안 세 차례 경찰 소환에 불응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양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5시간30분간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양 위원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감염병예방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한 지 한 달 만이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3일 종로구 일대에서 8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를 연 혐의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6개월 만에 최다(800여 명)를 기록할 때였다. 당시 민주노총은 정부의 집회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했다. 이날 참가자 중 3명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4, 9, 16일 총 세 차례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3일과 30일에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고객센터 상담사 직고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강행하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찰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집회 당일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민주노총 불법 집회 수사에 나섰다. 현재까지 집시법·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23명을 입건했다. 그런데 집회 책임자인 양 위원장에 대한 조사가 4주째 이어지지 않자 ‘늑장 수사’란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경찰은 최근 뒤늦게 양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위원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민주노총에 돌리려는 시도는 실패했다”며 “민주노총은 투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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