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은 일본제철이었다. 2위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3대 가스사업자 차이나가스. 보유 주식 상위 5개 종목에 미국 주식은 하나도 없었다. 미국 주식은 미지의 영역이었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다. 가장 많이 보유했던 일본제철의 평가액도 7억9686만달러(약 9000억원)에 불과했다. 5년 후인 2016년 미국 비자(VISA)가 차이나가스, 일본제철에 이어 보유주식 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과 중화권 주식이 계좌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8년 미국 주식투자가 본격화됐다. 해외 투자자의 보유 주식 1위에 아마존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8000억원에 불과했다. 일본-홍콩-미국으로 보유 주식 1위 종목이 바뀌었을 뿐 규모는 커지지 않았다.
테슬라의 등장이 해외주식 투자 판도를 바꿨다. 2020년 7월 말 테슬라의 보유 잔액은 21억8706만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했다. 테슬라의 성장에 베팅한 서학개미들이 급증한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가 수직 상승하면서 또 다른 ‘국민주(株)’로 자리잡았다.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상장지수펀드(ETF)와 스파이더로 불리는 S&P500지수 추종 ETF SPDR도 각각 7, 8위에 포진했다. 특히 세계 3위 리튬 기업인 중국 강서강봉이업이 서학개미 계좌에 많이 담긴 종목 10위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며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리튬의 몸값이 올라 강서강봉이업 주가는 올 들어서만 86%나 급등했다.
박상호 NH투자증권 글로벌투자정보부 연구원은 “최근 들어 위험성이 큰 종목에 투자하기보다 대형주, ETF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주식 투자가 점차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변화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주식 투자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이 올 들어 순매수한 해외주식은 17조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지난 한 해 기록한 사상 최대 순매수 기록(약 22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표와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는 만큼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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