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지사 성추행 스캔들…"피해자 11명" vs "정치적으로 얽혀"

입력 2021-08-04 09:39   수정 2021-08-18 00:01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11명의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3일(현지시간)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쿠오모 지사가 전·현직 보좌관을 성추행하고, 추행 사실을 공개한 직원에 대해 보복 조처를 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쿠오모 주지사의 즉각 사임을 촉구했지만, 쿠오모 주지사는 수사 내용을 부인하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제임스 총장은 "쿠오모 주지사가 동의 없는 성적 접촉을 하고, 수많은 공격적 발언을 했다"며 "여성에게 적대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해 전·현직 뉴욕주 직원들을 성추행했다"면서 피해자는 1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 사실을 폭로한 직원에 대해 보복 조치를 한 혐의도 있다"면서 165페이지 분량의 특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 안에는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은 더듬기와 포옹 등 스킨십, 키스와 부적절한 발언 등 쿠오모 주지사의 반복된 성추행 패턴이 자세히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대부분은 보좌관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오모 주지사는 수석 비서에게 수시로 키스를 요구하고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은밀한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문신을 새기라"고 하거나, 전화를 걸어 "외롭고, 만지고 싶다", "같이 산에 가고 싶다" 등의 말을 하거나 성생활 등 민감한 사생활도 수시로 질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장을 가는 전용기에서 비서에게 스트립 포커 게임을 제안하는가 하면, 결혼을 앞둔 직원에게는 "왜 하려고 하냐"며 "이혼으로 끝나고, 성욕도 떨어진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책임자인 김준(본명 김준현) 전 뉴욕연방남부지검장 대행은 "일부 피해자는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했고, 어떤 피해자들은 반복해서 성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들어야 했다"라며 "피해자 모두 굴욕감과 불편함을 느꼈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가 일제히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퇴 거부 시 뉴욕주 의회가 탄핵을 추진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쿠오모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후 혐의가 사실이라면 사퇴해야 한다는 조건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CNN 등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들과 문답에서 쿠오모 주지사의 거취를 묻는 말에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회 1인자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 나선 여성들을 지지한다"며 "나는 주지사의 뉴욕 사랑과 주지사직에 대한 존중을 인정하지만 그가 사퇴하길 촉구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뉴욕주의 주 상원의원 63명 중 최소 55명도 쿠오모 사퇴에 동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상원의 가결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 3분의 2를 넘는 수치로 뉴욕주 의회에서 쿠오모 탄핵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쿠오모 주지사는 "사실과 아주 다르다"며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번 조사의 모든 측면에서 정치와 편견이 얽혀 있다"면서 제임스 검찰총장이 차기 주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자신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나의 행동으로 일부 여성을 불편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면서 "내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세대적 또는 문화적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일부 행동에 대해서는 문제를 인정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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