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현대차를 제치고 지난달 국내 승용 시장을 휩쓸었다. 업계는 기아의 호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달 국내 승용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국내 승용 시장에서 총 4만2774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승용 판매량(3만2883대)보다 1만대 가까이 많았다.
동급 세그먼트에서 현대차와 경쟁을 벌여온 모델들이 대거 우위를 점했다. 준대형 세단에서 그랜저와 경쟁하는 K8은 지난달 6008대가 판매돼 5247대의 그랜저를 넘어섰다. 그랜저는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압도적 강자였다. 상반기 누적 판매량도 그랜저가 5만2830대로 1위였다. 하지만 올해 4월 판매를 시작한 K8도 2만7774대를 기록하며 빠르게 추격해왔다.
지난달 중형 세단에서도 기아 K5가 5777대를 기록하며 3712대에 그친 현대차 쏘나타를 눌렀다. 현대차는 5386대가 팔려 K3(3147대)를 누른 아반떼로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만 체면을 지켰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한 레저용차량(RV) 상황도 비슷하다. 카니발은 올해 3월 9500여대가 팔린 이후 4월 현대차 스타리아 판매가 시작되며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난달에도 5632대가 판매되며 4018대가 팔린 스타리아를 누르고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같은 기간 쏘렌토 역시 6339대가 판매돼 4452대의 싼타페를 눌렀고. 지난달 20일 신형 판매를 시작한 스포티지도 3079대로 돌풍을 일으켰다. 동급인 현대 투싼 3972대에 살짝 못 미치는 성적이지만, 신형 판매가 9일간밖에 이뤄지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전체 판매량에서도 기아의 선전은 눈에 띈다. 지난달 기아의 승용 모델 판매량은 2만2099대로 현대차의 1만4374대를 53.7%나 앞섰다. 같은 기간 RV 판매량 역시 기아가 2만675대로 현대차 1만8509대를 웃돈다.
기아의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 현대차 주력 모델인 그랜저, 쏘나타, 팰리세이드 등이 내년 완전변경(풀체인지)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앞두고 있는 탓이다. 현행 그랜저는 2016년 11월 출시된 6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2022년 하반기 신형 플랫폼을 적용한 완전변경이 이뤄지므로 대기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디자인 호불호가 갈린 쏘나타도 내년 부분변경이 예정됐다.
RV 모델도 그렇다. 올해 들어 7월까지 3만4236대가 판매되며 현대차 RV 효자 모델로 자리잡은 팰리세이드는 내년 부분변경을 앞두고 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2) 등 한 단계 진보된 첨단 기능이 대거 탑재될 것으로 보여 대기수요 발생이 점쳐진다.
스타리아는 디자인 탓에 경쟁 모델인 카니발보다 수요층이 좁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심에서는 유리가 부각된 차량 디자인이 미래적 이미지를 주지만, 교외로 나가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탓이다. 카니발이 대형 SUV에 쓰이는 스마트스트림 엔진을 탑재하고 무게중심을 낮추면서 주행성을 대폭 끌어올린 차량이란 점도 스타리아에겐 부담스런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판매량에는 반도체 수급 영향도 있지만 기존 모델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 주력 차종의 신형 모델이 출시되기 전까진 기아의 우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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