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험사 푸르덴셜과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아시아의 석탄 화력 발전소를 매입해 15년 이내에 폐쇄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에 따른 정책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르덴셜과 HSBC, 씨티은행, 블랙록 등은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손잡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에너지 전환 메커니즘(ETM)'을 구성했다. 아시아 각국의 화석 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동시에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다.
이는 각국 정부·환경운동가들의 기후변화 대응 압박에 따른 정책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ADB 등에 민간 부문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HSBC는 인도네시아 석탄 회사 아다로에너지에 대출을 해줬다가 환경운동가들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도널드 카낙 푸르덴셜 아시아 회장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뿐만 아니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재무장관들에게 이 계획안을 이미 제출했다"고 말했다.
ADB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의 석탄발전소 매입과 조기 폐쇄를 위한 비용을 추산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 예산 170만달러(약 19억원)를 책정했다. 오는 11월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여해 이 계획을 상정하고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닉 로빈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이 계획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오염을 일으킨 사람이 비용을 내는 게 원칙"이라며 "대신 비용을 내주는 게 아니라 친환경 정책으로의 전환을 돕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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