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소매유통업 신용도 [김은정의 기업워치]

입력 2021-08-05 08:56   수정 2021-08-05 09:06

≪이 기사는 08월04일(11:1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소매유통 업체들의 신용도 전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재편이 너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다른 산업에 비해 소매유통업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축적된 사업 성과 데이터도 많지 않아 당장 각 사별로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는 영업전략의 우위를 가르기도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각 사별 투자 규모와 인수합병(M&A)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신용도 방향성을 재고 있다.

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매유통업에 대한 정기 평가 결과 1개사의 신용등급이 오르고, 1개사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14개사의 신용등급은 유지됐다.



영업 실적과 재무안정성 개선세가 두드러진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의 단기 신용등급이 A1으로 오르고, 재무안정성이 크게 흔들린 에이케이에스앤디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달렸다. 다른 업체 대부분은 예상을 웃도는 영업실적 회복세를 나타냈다. 점포 구조조정 등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 계획도 원활하게 진행돼 신용도를 유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하반기 소매유통업의 사업 환경이 비우호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가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여전하고 이커머스의 저마진 경쟁이 오프라인 업계의 영업수익성 회복 폭을 제약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소매유통업의 구조적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구조적 변화를 미리 파악해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순식간에 시장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업체는 이커머스 득세로 사업경쟁력의 핵심인 집객력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소비패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오프라인 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추구하는 동시에 무게중심을 온라인으로 옮겨가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업체를 살펴보면, 이마트의 경우 올 들어 에스케이와이번스 야구단, 이베이코리아 지분, 스타벅스코리아코리아 잔여 지분 등 대규모 인수가 이뤄지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 유치를 통해 자체적인 투자부담을 경감하긴 했지만 올 3월 말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을 봤을 때 대규모 외부 차입 조달이 점쳐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롯데월드타워·월드몰의 소유권 지분을 롯데물산에 양도했고, 백화점·마트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기존의 사업적 이점이 약화하고 집객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이 흑자전환하기 전까지 백화점의 실적 유지 여부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더현대서울과 스페이스원 등 신규점의 운영효율성과 수익성이 미래 신용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기존에 갖고 있는 자산과 장기간 축적된 제품 확보 노하우를 온라인에 얼마나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가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최 연구원은 "향후 코로나19 진행 경과와 영업실적 개선 수준, M&A와 합종연횡을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 여부 등을 관찰해 각 사의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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