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쪽방?…초소형 아파트가 뜬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1-08-05 09:28   수정 2021-08-05 11:14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부동산 시장은 양에서 질로 급격하게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양에서 질로 변화한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과거 우리나라 고가 자동차는 모두 컸었습니다. 크면 비싸다는 인식이 지배했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수입되는 고가의 외제차는 가격과 크기와는 상관없음을 알려줍니다. 마세라티(MASERATI)라는 자동차가 커서 비싼 것이 아니고, 포르쉐(PORSCHE)는 작지만 월등한 기능을 가집니다. 양에서 질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말은 규모, 크기 등을 키워서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좋은 제품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장년층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공고해지는 듯합니다. 사회가 급속히 다운사이징(downsizing) 하는 느낌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인구주택총조사결과’에 의하면 2020년 1인 가구의 비중은 31.7%입니다. 2010년 23.9%이니 그 증가세가 놀랍습니다. 이제는 1인 가구가 주된 가구의 유형이 되었습니다. 1인 가구의 대부분이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라 생각하지만 중장년층의 1인 가구 증가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늦어진 결혼과 이혼, 전근 등이 여기에 한 몫을 했습니다. 다양한 사회현상을 만들고 있지만 주거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적지 않습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기본이고 이제는 일반 아파트도 이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1인 가구, 아파트 찾지만…초소형은 드물어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아무래도 불편합니다. 특히 연령층이 높거나 자산가들은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편의시설이 좋고 안전한 일반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는 낡고 오래된 과거의 소위 주공아파트들입니다.

이런 아파트들은 전국에 널려있지만 재건축 이슈가 없다면 선뜻 거주나 매입하기가 꺼려집니다. 1인 가구도 일반가구와 마찬가지로 새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어할 겁니다. 하지만 새 아파트 단지에서 1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초소형아파트를 찾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나 다름없습니다.

그럼에도 1인 가구의 아파트 거주비율은 급격히 늘어나는 중입니다. 2015년 30%를 겨우 넘긴 아파트 거주비중은 이제는 30% 후반대(35.9%)로 접어들었다. 단독주택 거주 비중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추정되는 주택 이외의 거처는 급격히 느는 중입니다.

1인 가구가 살기 적당한 초소형아파트란 일본의 콤팩트맨션(compact mansion)에 해당됩니다. 전용면적 30~50㎡로 우리의 20평대 아파트보다 작고, 원룸보다는 큽니다. 일본에서는 이보다 적은 맨션은 싱글(single)형이라고 부르며, 큰 경우를 패밀리(family)형이라고 합니다. 방이 1개 내지는 2개 정도 있는 내부구조를 가지며 일본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주택 상품입니다.

이런 초소형 아파트가 우리나라에 다시 등장한 것은 규제 때문입니다. 2005년 5월 분양한 서울 잠실의 ‘리센츠’에 전용 27㎡의 초소형아파트가 등장했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는 전용 60㎡이하 주택을 20% 이상 지어야 한다는 ‘소형평형 의무비율’ 제도가 있어 어쩔 수 없이 만든 평면구조였답니다.

당시에는 주택경기가 호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었습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2억 원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강남쪽방’이라는 대접을 받던 이 아파트는 올해 2월 31층이 12억2000만원에 실거래 매매됐습니다.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6배가 넘는 상승률입니다. 동일한 기간 상승률로 따지자면 이 아파트를 능가하는 서울의 아파트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초소형 아파트, 수요의 확장성·수익 뛰어나
초소형 아파트가 많이 오른 데는 1인 가구가 가장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상품은 수요의 확장성이 크지 않으면 이렇게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초소형 아파트의 수요층으로는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신혼부부 등이 망라됩니다. 방이 1~2개 있기 때문에 신혼부부들도 즐겨 찾습니다. 아이가 없다면 막 결혼한 2사람이 거주하기에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베이비부머들이 수요의 한 축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대우건설과 건국대학교 산학연구팀이 함께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초소형 아파트의 거래를 주도하는 연령층은 의외로 '베이비부머'였습니다. 분석결과 전용면적 40~50㎡의 초소형아파트의 67%는 50세 이상이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0세 이상의 비중도 30%를 차지한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변화를 더 극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의 2004년 조사에 의하면 당시에는 초소형 아파트의 49%를 25~34세 연령층이 계약했고, 55세 이상의 비중은 9%에 불과했습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베이비부머들이 계속 부동산시장에 머무르면서 투자와 증여 등의 목적으로 초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입니다.

초소형 아파트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자본수익(시세차익)과 운영수익(월세)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자본수익이 큰 아파트는 운영수익이 크지 않고, 운영수익이 큰 아파트는 자본수익이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초소형 아파트는 자본수익도 좋고 운영수익도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와 월세가 혼재 중인 우리 아파트 시장의 틈새상품인 셈입니다.

초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비단 우리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집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외국의 주요 도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MZ세대들이 도심을 선호하면서 직주근접이 뛰어난 초소형아파트는 물건이 없어 팔 수가 없습니다.

서울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지방에도 초소형 아파트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1인 가구 수요를 흡수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부산을 예로 들면 서면과 동래 등 직주근접이 가능하고 주거환경이 뛰어난 지역의 재개발아파트에는 드물지 않게 초소형 아파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도권에 비해 아직은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투자수익 또한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바야흐로 1인 부동산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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