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선수교체…냄새·음식쓰레기 없어야 발탁

입력 2021-08-05 17:23   수정 2021-08-12 18:52


간판 국민 먹거리인 생선, 과일 판매 시장에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요리할 때 냄새가 강하게 나는 구이용 생선 판매가 크게 줄고 있는 반면 연어처럼 비교적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어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과일도 씨·껍질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개량종의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집안에 음식 냄새가 배는 것을 싫어하는 트렌드가 강해진데다 생활의 간편함을 추구하는 1~2인 가구가 늘면서 냄새, 음식 쓰레기, 씨 없는 먹거리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굽는 굴비·갈치는 ‘울상’ 연어는 ‘방긋’

구이용 생선 매출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구이용 어종인 굴비는 올 들어 매출 감소폭이 27.8%에 달한다. 또 다른 대표 구이 어종인 갈치 매출은 2019년에 전년 대비 10.3%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는 감소폭이 17.6%에 달했다. 올 1~7월에도 감소폭이 컸던 전년 동기보다 0.6% 줄었다.

구이용 생선 판매가 줄고 있는 이유는 냄새가 강하고 기름이 많이 튀는 등 요리가 번거롭고 가시와 머리, 꼬리가 음식 쓰레기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구이용 생선의 이 같은 특성이 깔끔함을 추구하는 30~40대 젊은 소비자와 맞지 않는다는 게 유통사들의 설명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실내 쾌적함을 중시하는 트렌드도 구이용 생선을 꺼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는 집안에 냄새와 음식 쓰레기가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며 “그나마 에어프라이어 등장이 그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구이용 생선을 꺼리는 트렌드가 더 강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틈을 타 매출을 늘리고 있는 어종이 연어다. 구워도 냄새가 나지 않고 샐러드 등으로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인 연어는 최근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마트의 연어 매출은 지난해 24.3% 증가한 데 이어 올 1~7월엔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113%)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도 2019년 7.3%, 지난해 17.1%, 올해 40.3%로 연어 매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상훈 이마트 수산 바이어는 “연어는 먹기 간편하고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없어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미 생선구이의 대체품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과일도 껍질·씨 없는 품종이 인기
과일도 씨나 껍질이 음식 쓰레기로 나오지 않고 먹기 편한 품종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게 포도다. 일반적으로 많이 먹던 보랏빛의 씨 굵은 캠벨 포도 인기는 시들고 있다. 대신 씨가 없고 껍질째 먹는 샤인머스켓과 델라웨어 포도가 잘 팔리는 추세다. 올 1~7월 이마트의 샤인머스켓, 델라웨어 포도 매출은 각각 133.7%, 76% 증가한 반면 캠벨 포도는 5.6% 감소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딸기(20.2%), 생블루베리(41.2%), 방울토마토(24.9%)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껍질을 깎아야 하는 참외(5.5%), 배(4.9%), 감(-4.4%) 등은 전체 과일 매출 증가율(14.2%)보다 낮거나 판매가 감소하는 중이다. 씨 없는 수박의 매출 증가세(152.4%)도 수박 전체(20.2%)보다 훨씬 가파르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가시를 제거하고 냉동시킨 에어프라이어 전용 생선 3종(고등어·가자미·장문볼락)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나오자마자 지난달 4만 개 넘게 팔렸다.

추석 선물세트 대목을 앞두고 있는 굴비 또한 구이용 외에도 미리 조리된 상품으로 종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 ‘굴비 한상 세트’와 ‘찐 부세 굴비’는 조리 없이 바로 데워 먹는 상품으로, 올 설에는 준비했던 500세트가 매진됐다. 과일도 캔디포도, 핑크머스켓, 스윗사파이어 등 씨 없는 신품종 포도를 늘리고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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