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국민 먹거리인 생선, 과일 판매 시장에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요리할 때 냄새가 강하게 나는 구이용 생선 판매가 크게 줄고 있는 반면 연어처럼 비교적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어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과일도 씨·껍질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개량종의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집안에 음식 냄새가 배는 것을 싫어하는 트렌드가 강해진데다 생활의 간편함을 추구하는 1~2인 가구가 늘면서 냄새, 음식 쓰레기, 씨 없는 먹거리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이용 생선 매출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구이용 어종인 굴비는 올 들어 매출 감소폭이 27.8%에 달한다. 또 다른 대표 구이 어종인 갈치 매출은 2019년에 전년 대비 10.3%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는 감소폭이 17.6%에 달했다. 올 1~7월에도 감소폭이 컸던 전년 동기보다 0.6% 줄었다.
구이용 생선 판매가 줄고 있는 이유는 냄새가 강하고 기름이 많이 튀는 등 요리가 번거롭고 가시와 머리, 꼬리가 음식 쓰레기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구이용 생선의 이 같은 특성이 깔끔함을 추구하는 30~40대 젊은 소비자와 맞지 않는다는 게 유통사들의 설명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실내 쾌적함을 중시하는 트렌드도 구이용 생선을 꺼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는 집안에 냄새와 음식 쓰레기가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며 “그나마 에어프라이어 등장이 그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구이용 생선을 꺼리는 트렌드가 더 강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틈을 타 매출을 늘리고 있는 어종이 연어다. 구워도 냄새가 나지 않고 샐러드 등으로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인 연어는 최근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마트의 연어 매출은 지난해 24.3% 증가한 데 이어 올 1~7월엔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113%)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도 2019년 7.3%, 지난해 17.1%, 올해 40.3%로 연어 매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상훈 이마트 수산 바이어는 “연어는 먹기 간편하고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없어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미 생선구이의 대체품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딸기(20.2%), 생블루베리(41.2%), 방울토마토(24.9%)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껍질을 깎아야 하는 참외(5.5%), 배(4.9%), 감(-4.4%) 등은 전체 과일 매출 증가율(14.2%)보다 낮거나 판매가 감소하는 중이다. 씨 없는 수박의 매출 증가세(152.4%)도 수박 전체(20.2%)보다 훨씬 가파르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가시를 제거하고 냉동시킨 에어프라이어 전용 생선 3종(고등어·가자미·장문볼락)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나오자마자 지난달 4만 개 넘게 팔렸다.
추석 선물세트 대목을 앞두고 있는 굴비 또한 구이용 외에도 미리 조리된 상품으로 종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 ‘굴비 한상 세트’와 ‘찐 부세 굴비’는 조리 없이 바로 데워 먹는 상품으로, 올 설에는 준비했던 500세트가 매진됐다. 과일도 캔디포도, 핑크머스켓, 스윗사파이어 등 씨 없는 신품종 포도를 늘리고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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