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청년 의무고용 이행률이 전년 대비 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과정에서 출신 학교 등의 이력을 보지 않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5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원의 3% 이상을 만 15~34세 사이 청년으로 신규 고용해야 하는 의무를 진 공공기관은 지난해 기준 436곳이다. 하지만 이 중 67곳(15.4%)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 같은 미이행률은 전년 대비 4.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공공기관들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이유(복수 답변)로 △경력직·전문 인력 필요(62.1%) △퇴직자 감소에 따른 신규 채용 곤란(47.3%) △박사학위 이상을 채용하도록 한 규정(25.3%) △블라인드 채용에 따른 연령 확인 어려움(24.2%) 등을 들었다.
김 의원은 “공공기관 넷 중 하나가 연령 자체를 확인하지 못해 청년 채용을 못 했다”며 “채용 과정의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겠다며 2018년 3월 도입한 블라인드 제도가 청년 채용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는 블라인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지원자가 청년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공공기관에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같은 사항을 자체 확인 시스템에 도입한 공공기관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단순한 계도를 넘어 공공기관이 실제로 청년 채용을 할 수 있도록 고용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62.1%의 공공기관이 청년 채용을 꺼리는 이유로 경력직 및 전문인력 필요를 든 것은 무분별한 청년 채용 확대 정책의 문제점을 시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공공기관도 한정된 자원에서 실적을 내야 하는 만큼 효율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하고 정부가 독려한다고만 해서 청년 채용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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