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찬석 야놀자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전펀드 투자 유치의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야놀자는 지난달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비전펀드가 한국 벤처에 투자한 사례 중 쿠팡(약 3조35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올초 야놀자에 합류한 최 CIO는 이번 투자 유치 작업을 주도했다. 비전펀드 측은 비대면 사전 실사를 비롯해 수차례의 온라인 프레젠테이션(PT)과 회의 끝에 투자를 결정했다. 마지막 화상 회의 때는 비전펀드 고위관계자들이 총출동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최 CIO는 “비전펀드는 AI와 여행업의 결합을 흥미롭게 봤다”며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집중적으로 한 것이 투자 유치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호텔 로비의 카메라가 투숙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무인 키오스크로 체크인을 도와준다. 고객은 스마트폰에 전송된 코드로 엘리베이터와 객실 문을 열고 TV, 조명을 제어한다. 고객으로선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들고, 호텔은 객실 관리와 운영 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최 CIO의 설명이다.
최 CIO는 “전 세계 여행숙박시장은 30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호텔이 여전히 복사기와 팩스를 이용하는 등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며 “기술기업이 진입해 혁신할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야놀자는 호텔예약관리 시스템에도 클라우드 방식을 도입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매월 사용료를 내는 구독 서비스로, 전산 시스템 도입이 늦은 아프리카 시장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수수료 나눠먹기 경쟁을 해야 하는 치킨게임이 아니라 각각 나뉜 여행레저산업을 서로 연결해 데이터가 쌓이고 흐를 수 있도록 하는 윈윈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인수합병(M&A)도 공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야놀자는 최근 인터파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배달앱 요기요의 인수도 검토했었다. 최 CIO는 “요기요는 수십만 건에 달하는 국내 레스토랑 업체들의 데이터를 한번에 가져올 수 있는 기회라 판단해 검토했다가 자체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방향을 바꿨다”며 “레스토랑 예약뿐만 아니라 레저, 쇼핑몰 등의 인수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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