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글로벌 기업을 옥죄었던 소급 과세 조항을 폐지한다. 코로나19로 경제에 타격을 입은 인도가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본격 구애에 다시 나섰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 집권당인 인민당(바라티야자나타)이 일부 외국인 투자에 대해 소급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2012년 개정세법 조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인도 세무당국이 유럽 1위 이동통신사업자 보다폰과 벌인 29억달러(약 3조3120억원) 규모의 세금 공방전 등에서 최근 잇따라 패소한 후 나온 조치다. 제안된 개정안에 따라 2012년 이전에 발생한 거래에 대한 모든 소급 세금 부과는 철회되고 이미 징수된 모든 세금은 상환된다.
인도는 2012년 당시 프라납 무커지 재무장관 주도로 보다폰을 겨냥해 소급과세법을 도입했다. 보다폰은 2007년 홍콩 법인인 허치슨왐포아로부터 인도 통신회사 지분을 110억달러에 인수했는데, 인도 세무당국이 지분 취득 가액의 약 20%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했다.
이후 보다폰은 2012년 인도 대법원에서 "인도 세법상 외국기업이 외국에서 한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당시 무커지 장관이 과거의 이 같은 거래에 대해 세금을 소급해 부과할 수 있도록 새법을 개정한 뒤 다시 보다폰에 소급세금을 부과했다.
인도는 이어 영국 에너지기업 케언에너지에 대해서도 해당 소급과세법을 적용했다. 2006년 케언에너지가 시행한 봄베이증권거래소 상장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동시에 케언에너지의 인도 자산을 동결했다. 이와 관련해 케언에너지는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했고, 재판소는 최근 인도 정부에 대해 케언에너지의 인도 자산을 압류해 매각한 데 대한 보상금 17억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FT는 "이번 조치가 보다폰과 케언에너지 사건을 지켜본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도 세금 정책의 불확실성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상정된 이후 "지금이 인도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다시 끌어들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도 경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7.2%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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